Enst/外

슈그녀)

0117 2016. 4. 4. 00:28


첫 기억은 피아노 위에서였다. 부드럽게 웃고 있던 자신의 이상에 반해버렸다. 심장이 쿵쾅거리고, 입 안이 바싹바싹 타들어가는 기분이었다. 손을 뻗어 그녀의 손가락을 잡으면, 그녀는 웃으면서 자신의 손을 건반 위에 올려주고는 하였다.


누군가의 아내. 누군가의 엄마. 자신의 것은 아닌. 그녀는 선악과와도 닮았다. 이제 10살난 아이가 뭘 알겠어- 그녀는 그녀의 아들과 자신을 늘 피아노 의자에 앉혀 건반을 놀리게 하였다. 뚱땅이는 불협화음도 즐겁다는 듯이 웃으며. 그리고 아이들이 지쳐 나가떨어질 즈음, 손수 구운 과자를 주며 행복한 표정으로 웃고는 하였다.


처음 욕심을 내보려 했었다. 하지만 이내 그만두었다.

그저, 그것이 비틀린 욕망의 무언가이고- 이 평화를 깨부술 망치가 되는 것이라면. 그만두는 것이 먼저였다.

그녀는 바느질을 하며 종종 자신과 그녀의 아들의 옷을 만들어 주고는 하였다.

사랑스러운 그녀의 눈길에. 매료되고 이끌려- 자신은 어느 순간 그녀의 옆에서 실과 바늘을 들고 엉성하고 볼품없는 바느질을 시작하였다.


"이건, 이렇게 하면 되고-"


친절한 그녀. 나긋나긋한 목소리로 들려주는 바느질, 수예, 자수. 실력이 늘어갈 수록, 그녀는 약해져 가고 있었다. 자신이 이 행위를 멈추면, 그녀가 살아날까. 그럴리가. 그녀는 병원에 가는 날이 더 많아졌고, 자신은 방구석에 앉아 그녀를 위한 선물을 만들었다. 그녀가 선물로 받았다고 하는 인형의, 옷을. 눈대중으로 맞춰서 잘 맞을까 싶지만. 조심스러운 바느질로 군더더기 없는 옷을 만들고 싶었다.


그 옷을 선물한 그날, 그녀는 병실에 앉아 조용히 울었다. 기뻐. 고마워, 슈. 인형도 기뻐할 거야. 행복한 표정으로 선물을 받아준 그녀의 웃음에 뿌듯함을 느낀 시간도 잠시였던 것 같다.


부고가 들렸던 것은.


그녀가 싫어하는 검은색으로 잔뜩 칠해진 곳은, 자신도 가고싶지 않았다. 하지만, 친구가. 그곳에서. 울고 있는데.

자신이 발을 들인 곳은 멍하니 영전을 바라보는 친구와 그의 부친만이 있었다. 너무 늦게 간 것이다. 새벽 3시. 자다말고 온 자신을, 친구는 반겨주었다.


"고마워."

"..."

"아, 엄마가-"


친구는 조심히 인형을 내밀었다. 살아생전, 그녀가 가장 아낀 인형. 자신이 조심스럽게 준비했던 선물을 입힌, 인형이. 어느새 자신의 품에 안겨 있었다.


"너 가져."


엄마가. 꼭 너 주라고 했거든. 눈가가 발갛게 된 친구는 다시금 울음을 터뜨렸다. 자신도 그 인형을 끌어안고 한참을 울은 것 같다.

그날의 기억은 거기까지였다.


인형의 이름은, 마드모아젤이라고 지었다.

평생을 안고갈, 순정의 이름으로.


[인형의 이름이 뭐에요?]

[응?]

[이름이요.]

[그냥 인형이라고 부르는데. 나중에 슈짱이 지어주지 않을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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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츠키 슈x이름모를 그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