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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은, 양호실을 좋아하지 않아.
그 소독약 냄새. 역하고 비위가 약해서인걸까. 스쳐지나가는 것 만으로도 인상을 찡그리게 되는 것 같아.
그런데 넌 종종 거기에 누워 잔다던지, 치료를 받는다던지.
그 안에 들어가는 것이 싫어. 네가 밖으로 나왔으면 좋겠어. 그리고 언제 그랬냐는 듯이 멋쩍게 웃는 게 좋아.
그래서 나는, 네가 아프지 않았으면 좋겠어. 다치지 않았으면 좋겠어.
심장이 두근두근. 그리고 어느 순간 빠르게 뛰면, 그땐 네가 양호실로 걸어갈 때일 거야.
어디 가냐고 조심스럽게 물으면 진통제, 혹은 대일밴드, 아니면 졸려서 좀 자려고. 이런 말들 속에 어느새 도착 하면, 내 다리는 멈춰버려. 그 안으로 들어가는 것이 무서워. 두려워.
딱 한번 들어갔던 적이 있어. 네가 쓰러진 날. 아주 조심스럽게 들어가면 아무도 없는 적막 속에 네 숨소리만 들려와. 까치발을 들고 조심조심 걸어가면 너는 눈을 감고 침대에 누워있지.
있지. 눈을 떠. 속으로 백설공주에게 키스하던 왕자를 생각하며 가까이 다가가면.
숨을 쉬고 있는데도 너의 심장을 멈춘듯한 기분에 내 심장도 같이 뛰는 것을 멈춰버릴 것 같아.
그래서 너의 가슴에 나의 머리를, 아니 귀를 가져다 대어 너의 심장 소리를 들어. 쿵. 쿵. 쿵. 뛰는 것에 안도하며 고개를 들면 어느새 눈을 뜬 네가 나를 보고있어.
무슨 일이냐고 묻는 너에게 아무것도 아니라면서 웃기까지, 정확하게 2초.
네가 아프지 않았으면 좋겠어.
네가 핼쓱한 표정으로 나를 보는 것이 싫어. 약 한 알. 대일밴드 하나. 연고 하나.
모든 것에 내가 너무 예민한 걸까.
오늘도 나는 양호실 문 옆에 걸터앉아서 너를 기다려. 문이 열리기를. 네가 나오기를. 그리고는
아무것도 아니라면서 활짝 웃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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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를 생각하면서 쓰지는 않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