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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츠이즈)

0117 2016. 10. 16. 16:05

앙상블스타즈 리츠이즈 전력 60분(어째 맨날 지각하는 기분이다)

주제: 밤

(마코이즈 요소 아주 약간 주의)




꿈을 아주 가끔 꾼다. 깊이 잠들어버리면, 좋은텐데.

세나의 꿈은 인지하고 꾸는 명석몽에 가깝다. 이게 꿈인 걸 알지만, 깨어나는 것은 외압 혹은 강한 정신적 충격으로 인하여.


"..."


차라리 이럴거면 내 '정원'이 더 편하려나. 세나는 어두운 밤하늘의 별길을 헤며 걸었다. 꿈이다. 가끔은 이렇게 현실에서도 별보고 달보면서 걷고 쉬면 좋을텐데. 엊그저께부터 인간들 사이에 다시 섞여버렸다. 돈을 버는 건 좋은 것이라고 생각한다. 자본주의의 시대니까. 물론, 백수여도 근 천년은 놀고먹을 돈은 있지만. 딱히 그 돈을 쓰고 싶지 않다. 구시대의 기억을 자꾸 끄집어내는 것 같다. 이제 숨만 쉬고 일해야지.


"아-"


예쁘다. 세나의 눈 안으로 반짝이며 들어오는 별들에 세나는 걸음을 멈추고 고개가 아플 정도로 오래 별을 보았다. 언젠간 깰 것을 아니까. 오래 봐도 괜찮겠지. 안일한 생각을 하며 세나는 웃었다.

최근, 잘 웃지 않는다- 라는 말을 나루카미에게 들어버렸다. 별로 웃고 싶지 않다. 스페어를 교체한지 이제 한달 조금 지났나? 몸을 볼 때마다 자꾸 그 때가 생각나니까. 아침을 챙겨주는 나루카미는 후유증인거냐고 물었고, 츠키나가는 말 없이 머리를 쓰다듬어주면서 자신이 작곡한 cd를 건네주고 갔다. 노래 좋더라. 그리고-

리츠는 그냥 말 없이 자신의 옆에 있었다. 어떤 말을 해도 누군가에게 들었을테니, 굳이 본인이 위로를 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하는 모양이었다.


세나는 고개를 살짝 주억이면서 다시 길을 걸었다. 이 길이 어디에 있는 길인지도 모르고, 어디로 가는 길인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냥 걷다보면 아침이 될 것이고 자신은 눈을 뜰 것이니까.

살짝 눈을 감았다가 떴다. 다른 공간인 것일까. 여긴 또 익숙하다. 그리고 세나는 이 공간 안에 들어온 시점부터 이 꿈을 '악몽'이라고 생각할 수 있었다.


"또 여기네."


또. 또. 또. 너는 나의 평생이었는데. 세나는 애써 웃으며 기억을 바탕으로 구성된 꿈을 따라갔다. 쉼없이 꾼 꿈이다. 잊을 수도 없다.

세나 이즈미의 최근 죽음은, '그'로 인하여 이르게 된 죽음이다. 하하. 지금 이 꿈은 그 이후일 것이다.


"유우군-"


나의 유산(Legacy). 나의, 명명된 사랑. 나의 수많은 지식으로도 너를 사랑했음을 자신하는걸. 그런 자신의 사랑이 떠났다. 충격이 아니라 허무에 가까울 정도로 자신의 뱃속이 빈 것 같았다. 평생을 너와 행복하게 지냈으면 했어. 나의 과거는 수많은 세나 이즈미가 쌓아올린 것. 네가 그런 나의 옆에 평생을 함께 하는 것이라면- 나는 그 죽음도 잊을 수 있을 것이라도 믿었으니까.


세나는 말 없이 욕실로 걸어갔다. 거기에, 꿈에 존재하는 세나 이즈미가 있을 것이다. 역시. 꿈이 빗나갈 리 없다. 기억으로 만들어진 꿈은 생생하다. 욕조 안에 있던 세나 이즈미는 울고 있었다. 쉼 없이. 탈진할 것처럼. 너무 지친 표정이었다. 그땐, 유우키 마코토를 잃고 제정신이 아니었다.

마법사들은 무기력함을 떨쳐내기 위해 노력한다. 그걸 떨쳐내지 못하면 극단의 경우는.


"아파..."


세나는 욕실문에 주저앉았다. 자신은 이제 방관자가 된 것이다. 자신을 죽음을 몇번이고 지켜보는. 손목이 끊어질 듯이 아팠다. 시선을 내리면, 자신의 손목에 수십개의 상처들이 후벼파이고 있는 것을 알게 된다. 피가, 자신의 바지를 적시다 못해 웅덩이를 이룰 정도로 흘러내리고 있었다. 욕실 문에 머리를 기대어 계속 지켜보았다. 왜 그랬을까. 하지만, 자신은 지금도 선택하라고 하면 저 순간으로 되돌릴 것임을 다 알고 있다.


욕조 안의 세나 이즈미는 너무 피곤하다는 표정으로 고개를 젖혀 눈을 감았다. 젖은 머리카락을 끝이 붉다. 세나는 자신의 죽음을 지켜보았다. 어지러웠다. 이 순간을 마치, 다시 겪는 것 같았다. 시끄러운 현관문 여는 소리. 신발도 벗지 않고 침범하는 다급한 발소리를 들었다. 눈이 떠지지 않아. 자신을 부르는 목소리가 들린다. 셋짱- 뭐하는거야- 뭐하는, 셋짱- 정신차려!

아아, 그래. 너는 나의 자살을 함께한 첫번째 존재야. 지금의 내가 너를 서먹하게 대하는 이유이기도 하겠지. 네 얼굴을 볼 낯이 없어. 죽어버린 나를 붙들고 오열했을 네가, 스페어를 끼고 나타난 나에게 어떤 말을 해야할지 어찌 대해야 할지 모르겠는 것도.


[이제 난, 당신이 없어도 됩니다.]


-


따르르르르릉- 따르르르르르릉-


세나는 눈을 번쩍 떴다. 아직 창밖은 어두웠다. 알람을 잘못 맞춘건지. 그럴리가 없는데. 세나는 몸을 일으키며 눈을 비볐다. 그리고는 머리맡에 있던 자명종을 껐다. 휴대폰을 켜니 4:00 AM이라고... 누구야. 누가 알람을 이렇게 맞춰놔서...

감사하네.

저 소리에 악몽을 벗어난 셈이다. 세나는 삐질삐질 흘리던 식은땀을 대충 닦으며 두리번두리번 주변을 둘러보았다. 아직 밤이었다. 손목을 내려다 보았따. 멀쩡한 것 같다. 아픈것도 잠시였다. 세나는 침대에서 벗어나 거실쪽으로 걸었다. 찰박찰박. 발바닥이 공기를 때리며 소리를 내었다.


"어?"

"- 셋짱. 뭐해."

"뭐하긴. 여긴 내 집이야."


쿠마군은 왜 여깄어? 세나는 인상을 찡그리며 리츠에게 다가갔다. 노트북으로 글을 쓰고 있던건지 키보드를 노다니는 손가락이 분주하다. 다다다다 소리가 들린다. 작업중이었나.


"작업에 진전이 없어서 여기로 피신왔어."

"..."

"진짜야."


폼인건지 모를 검은색 뿔테안경을 쓰고 모니터만 바라보며 손을 놀리는 것이. 뭐 그러려니 하자. 세나는 비척비척 걸어가 리츠의 옆에 앉았다. 그리고는 고개를 옆으로 꺾어 리츠의 어깨에 기대었다.


"셋짱, 불편해. 글 쓰는데 방해야."

"좀 봐줘."


잠을 잘 못 잤어. 세나는 그 말을 중얼거리며 눈을 깜빡였다. 리츠의 시야로 파르르 떨리는 속눈썹, 그리고 그 밑으로 물기를 흠뻑 머금은 푸른 눈이 들어왔다. TV라도 보는건 어떠냐고 하고 싶었지만 세나의 집에는 TV가 없다. 말 없이 물끄럼 세나를 보고 있었다. 정적뿐인 공기를 쨍그랑 깬 건 세나가 먼저였다.


"아, 있지."

"응?"

"내 방 알람, 쿠마군이 바꿔놨어?"

"어."

"..."

"부지런해지라고."

"나 다시 일하거든?"


6시에 맞춰줘도 되는 거야. 세나는 조그맣게 툴툴거리며 리츠의 어깨에 머리를 부볐다. 4시. 더 꿈에 사로잡히기 전에 빠져나올 수 있었다. 아주 짧게 감사를 하며(속으로만) 세나는 흘끗 창 밖을 보았다. 해가 뜨려면 멀었다. 밤은, 아직 세나 이즈미에게 외롭다.


"더 잘거면 침대로 데려다줘?"

"... 아냐."


여기서 잘래. 혼자 밤의 품에 안기기 싫어. 세나는 눈을 감았다. 리츠는 말 없이 그런 세나를 보다 노트북을 덮었다. 마감 아직 한참 멀었으니까. 리츠는 세나가 조금 더 자기 편하게끔 몸을 움직여 안았다. 

잘자. 그 소리를 들으며 세나는 눈을 감았다. 어둠이 찾아와 샌드맨이 눈꺼풀 끄트머리에서 춤을 추는 시간. 금새 깊은 잠에 빠져들었다. 눈을 뜨면 리츠는 자러들어갈 것이고, 자신은 출근을 하게 될 것이다. 악몽의 밤이 지나가고 안식의 밤이 내려앉았다.




-

어...그러니까....아 이거 설명이....

마코토가 세나 버림->세나가 쥬금->그걸 리츠가 봄->새 몸으로 갈아끼우고 나타나니까 둘의 사이가 어색해짐

이겁니다<<얌마


한번은 다뤄야 할 이야기여서 먼저 꺼냈는데 내가 미안하다 세나....ㅠㅠㅠㅠㅠㅠㅠ

그리고 4시로 맞춘 건 리츠가 대충 악몽을 꿀 것 같다고 생각해서 시간을 당겨놓았다는 걸 전제로 깔았는데 언급할 틈이 없네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