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nst/外

에이레오)

0117 2017. 10. 22. 14:41

(BGM: 작업곡)


부제: 이슈타르의 별(金星)





텐쇼인은 크게 숨을 들이켰다. 겨울밤의 공기라는거- 그렇게 차가웠나? 폐가 문제가 아니라 기도부터 시큰시큰 아파왔다. 텐쇼인의 발걸음은 아주아주 느렸다. 어슬렁거리는 사자만큼 느린 발걸음은 그래도 본인이 가고자 하는 곳이 어디인지 인지를 하듯이 똑바로 향하고 있었다.


'반짝이는 이슈타르의 별들을 따라-'


스쳐지나가는 잔상들이 별가루들을 흩뿌리는 것 같았다. 일본의, 아니- 도쿄의 밤은 이렇게 별이 많지 않는데. 반짝이들이 이리저리 어둠에 묻히지 않아 시선 안에 파고드는 이 날카로움에 텐쇼인은 슬쩍 시선을 내렸다.

본인이 살고있는 저택이 넓은 것을 아는 것인지. 별들이 텐쇼인의 그림자를 종종이 따라가고 있었다. 텐쇼인이 이내 발걸음을 멈추었다. 흑색의 구두가 정지한 그곳은 꽤나 커다란 유리정원이었다.

텐쇼인은 손을 뻗었다. 손잡이를 잡고 돌리며 문을 잡아당겼다. 그 행동마저도 느리다.

선물을 받으면 빨리 풀어보는 타입? '그'의 물음에 텐쇼인은 웃으면서 고개를 저었던 것 같다. 선물이란 것은, 느리게 탐색하고 즐거움을 곰씹으며 풀어본 뒤에 허랄 것 없이 탐(貪)하는 것이 좋아. 텐쇼인의 대답에 '그'는 본인의 목에 묶여있던 핑크색의 리본을 손에서 놓고는 종종이 달려가 안기며 풀어달라고 졸랐던 것 같아.


겨울의 차디찬 바람이 감히 발걸음을 낼 생각도 못하는 정원. 그 정원에는 살아있는 것이 존재하지 않는다. 그저, 그곳은 텐쇼인이 추위를 피하고 싶은 마음에 만들은 인공의 산물. 텐쇼인은 천천히 그 넓은 정원에 덩그라이 놓여진 선베드에 누웠다.

선베드가 차다. 아, 이럴 줄 알았으면 담요라도 가지고 올 걸. 흑색의 트렌치 코트가 무색하게도 정원의 안은 냉골이었다. 따뜻하게 해볼까. 텐쇼인은 눈을 감았다. 그리고-


"그러다가 진짜로 감기걸릴 걸, 텐-시."

"츠키나가군이 따뜻하게 해 줄 걸 알고 있으니까."


꽤나 멋진 황제폐하의 특권이네. 츠키나가는 텐쇼인 앞에서 비꼬며 우산을 접었다. 자동 접이식 우산인지 찰각이는 소리와 함께 우산이 접히는 소리가 들렸다. 츠기나가는 왼손에 들린 테이크 아웃 커피잔을 입에 가져다 대었다. 호록- 마시는 소리가 텐쇼인의 귀를 가볍게 스쳐지나갔다.


"뭐."


커피 한모금을 들이킨 입술이 살짝 모아지고는 후- 하고 입바람을 뱉어내었다. 금새 차디찬 정원의 안에 따뜻한 공기들이 내려왔다. 마법사의 왕이란, 이렇게 편리한 존재네. 텐쇼인은 양 손을 모아 깍지를 끼고 선베드에 누웠다. 별빛들이 정원을 내리비치며 마치 성광욕(星光浴)을 하는 것 같은 기분이었다.


"근데 난 왜 부른거야?"

"츠키나가군이 여길 따뜻하게 해줬으면 해서?"

"... 갈래."


겨우 그런걸로 나를 부려먹는 거야? 그런거는 집사에게 말을 하라고. 츠키나가는 부루퉁한 목소리로 텐쇼인에게 툭툭 내뱉으면서도 바닥에 앉아 가방에 있는 종이들을 꺼내었다. 밝은 빛도 아니지만, 별뿐인 빛을 전등삼겠다는 듯이 츠키나가는 종이들을 허공에 던졌다. 중력의 영향을 받아 바닥으로 낙하해야할 종이는 중력의 법칙을 거스르고 왕의 법칙을 따르겠다는 듯이 공중에 떠 있었다.


"반짝이는 이슈타르의 별을 따라 왔어."

"..."


텐쇼인의 말에 츠키나가는 말 없이 종이들을 바라보았다. 그 중 하나의 종이를 잡아 가볍게 접었다. 가로로 한번, 두번, 세번, 네번 접어 쪽지를 보내는 듯이 이리저리 접는다. 츠키나가가 마법을 부리는 매개들은 지상에 존재하는 모든 것. 수백년을 살아온 마법사의 왕은 그 중에도 종이를 가장 사랑하였다. 내가 종이에 휘갈기는 모든 악상들이 마법이 될 거야. 내가 손끝에서 만들어내는 선율이 수많은 것들에 파고들고 거스르며 지배하게 될 거야. 그런 마법사의 왕은 자신에게 그저 자그마한 울새에 가까웠다. 조그맣고 사랑스러운 츠키나가군.


"그 다음의 구절이 뭐야?"


텐쇼인은 그 다음이 기억이 나지 않는다는 듯이 츠키나가에게 물었다. 반짝이는 이슈타르의 별을 따라왔어- 츠키나가는 텐쇼인이 피를 토하며 쓰려지는 앞에서 그를 끌어안고 노래를 속삭여주었다. 완치는 불가능하지만 그 순간만큼은 내가 너를 아프게 하지 않을 거야. 네가 나를 죽였을 때도, 나의 기사들을 죽였을 때도 결국은 난 이 노래를 부르겠지. 내 선율들이 수많은 것에 파고들고 거스르며 지배를 하여도 결국에는-


"글쎄."


츠키나가는 답을 내어주지 않았다. 텐쇼인은 픽- 입꼬리에 웃음을 흘리며 눈을 천천히 떴다. 밤하늘을 먹은 물의 눈이 하늘에 향해 있었다. 츠키나가는 양 다리를 쭉 뻗고 앉아 커피를 마시며 펜을 사각사각 놀리고 있었다. 잘 보이지도 않을텐데. 뭐 상관 없나. 텐쇼인의 숨소리가 아주 약간 엷어졌다. 츠키나가도 그것을 인지하고 있었다. 살큰한 숨소리가 어둠에 동화되는 듯이. 커피잔이 비었다. 츠키나가는 종이들에 놀리던 손을 멈추었다.


"..."


천천히 허리를 틀어 선베드에 시선을 향했다. 별빛을 받은 채 누워있는 텐쇼인을 보다 이내 몸을 일으켰다. 무중력의 상태처럼 발을 땅에 딛지 않았다. 느릿느릿 떠있는 상태였다. 츠키나가는 조심조심 텐쇼인의 옆으로 다가갔다. 인어처럼 가볍게 공기를 털어내며 움직이는 츠키나가의 시선은 텐쇼인에게 고정되어 있었다.


"황제-"

"..."


대답이 돌아오지 않았다. 숨이 멈춘것도 아니었다. 그저 잠이 든 것이겠지. 츠키나가는 조심해서 텐쇼인이 누운 선베드 옆에 앉았다. 회색의 체스터필드 코트가 소리를 내었다. 텐쇼인은 반응도 하지 않았다.


"황제-"


귓가에 속삭여보았지만 답이 돌아오지 않았다. 츠키나가의 녹색 눈이 반짝반짝 별처럼 빛났다. 1인용 선베드. 그 팔걸이쪽에 머리를 가져다 대고 시선을 들어 텐쇼인을 보고 몇번이고 불러보았다. 황제- 멍충이 황제- 바보 황제- 수식어도 많다. 츠키나가는 천천히 텐쇼인의 얼굴쪽으로 몸을 내밀었다. 입술과 입술이 맞닿을 정도로. 숨과 숨이 교환될 정도로 가까운 거리의 앞.


"밤을 헤아리면 내가 가까이 있어."


소곤소곤. 츠키나가의 목소리는 자고있는 텐쇼인에게 답을 건네어 주었다. 아주 은밀하게. 사랑을 속닥이는 연인이 하듯이. 츠키나가는 따뜻한 공기를 가득이 머금은 정원에 발을 딛고 섰다.


"이렇게 실없는 소리 하려면 나 부르지 말지."


조그마한 울새는 삐죽이면서 공중에 떠있던 종이를 하나 집었다. 그리고는 공중에 몇번 흔들고 위로 던졌다. 종이들이 빠르게 태워지더이 이내 형광이 켜지듯이 은은한 빛이 둘에게 드리워졌다. 텐쇼인이 자는 얼굴이 이제야 츠키나가의 눈에 들어왔다. 피곤함이 눈두덩이에 가득이 드리워져 있었다. 츠키나가는 허리를 깊게 숙여 엷은 바람을 불어 피곤함을 쓸어내리려 했다.

츠키나가는 텐쇼인의 손가락 끝을 만지작거렸다. 그리고는 이내 자신이 가져온 우산을 펼쳤다. 다 마신 커피잔을 들고는 뒤도 돌아보지 않고 정원의 문쪽으로 향했다.


터벅이며 걷던 발걸음이 문 앞에 멈추었다.


"이제 그만 일어나."


텐쇼인의 잠에 금이라도 내려는 듯이 말했지만 견고한 잠의 벽을 깨는 것은 무리였나보다. 따뜻한 빛에 감싸여 피로를 털어내려는 듯이 자는 텐쇼인을 뒤로한 채 츠키나가는 우산을 쓰고 밖으로 나왔다. 비도 오지 않는 밤이건만, 마치 쏟아져 내리는 별을 막듯이 우산을 머리 위에 울리며 추위의 시작점에서 사라져 버렸다.


밤을 헤아리면 내가 가까이 있어.

그리고 너의 잠에 볕을 드리울 거야.

이슈타르의 별(金星), 그리고 현재의 별(今星).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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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이레오 쓰는 속도는 오지게 빠른데 정말 스토리 없는 대잔치ㅋㅋㅋㅋ(머리박음)

빌린 세계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