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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al Zero

케이크버스 에이케이 본문

Enst/外

케이크버스 에이케이

0117 2016. 3. 24. 22:47



처음 만났을 때, 알았다.

아- 맛있는 거다. 자신이 생일때마다 선물받았던 맛있는 것. 그것과 같은 느낌이 들었다. 감도 엄청 좋네. 옆에 있던 친척이 픽 웃었다. 텐쇼인은 조심스럽게 맛있는 것에게 다가갔다. 늪지대같은 눈. 그리고 시선이 굉장히 매섭다. 마치-

악어같았다.


"텐쇼인 에이치라고 해."

"..."


대답이 돌아오지 않았다. 맛있는 것은, 내가 왜 이름을 알려줘야 하는지 모르겠다는 표정으로 텐쇼인을 바라보다가 고개를 돌려 그의 부모를 바라보았다. 한참동안 말이 없었다.


"어머- 케이토라고 한단다. 우리 막내가 목감기로 조금 고생을 해서 말하는 것을 힘들어 해."


그제야 입을 열지 않은 이유를 알았다. 텐쇼인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대충 감으로 찍어맞췄다.

저 맛있는 것은, 자신의 선물이 아니라는 것을.

자신의 생일이 지난지 오래라는 것도 이제야 깨달았다. 맛있는 것은, 늘 생일에만 받았으니까. 저 맛있는 것은- 자신의 선물이 아니다.


"같이... 놀래?"


조심히 손을 내밀어 보았다. 인형같이 입도 꾹 다물고 소파에만 앉아있는 또래의 맛있는 것은 물끄럼이 텐쇼인의 손바닥을 보았다. 관찰하는 것처럼. 그리고는 손을 잡아주었다. 텐쇼인은 그대로 힘을 줘 맛있는 것을 끌어당겼다.

발이 바닥에 닿는 소리가 들렸다. 텐쇼인은 느리게 걸었다. 자신의 방으로 맛있는 것을 데려갔다. 먹이를 유인하는 것 같은 뱀의 행태. 하지만, 텐쇼인은 그럴 생각이 없다. 그저, 첫 친구를 만들고 싶은 마음 뿐이었다.


뭐가 그렇게 즐거웠는지 기억이 잘 나지 않았다. 장난감이나 인형을 보여주었고, 건너의 서재에도 데려갔었다. 목소리가 제대로 나오지 않아 콜록콜록거리는 것이 안쓰럽기도 했다. 어린아이가 가지는 감정이란- 너무 단편적이고 치우쳐있다.

향이- 느껴졌었다. 처음 맡아보고 느껴보는 향이. 텐쇼인은 혀를 살짝 내밀어 보았다. 그리고는 손에 잡혀있던 맛있는 것의 손등을 핥아보았다.


"... 뭐하는 거야?"


캅캅한 목소리가 귓전을 때렸다. 텐쇼인은 몇 번 더 핥아보았다. 간지러- 어깨를 움츠리는 맛있는 것의 행동이, 약간은 심장을 더 빠르게 뛰게 한 것 같았다.


"처음 맛보는 맛이야."

"... 어?"

"맛있어."

"피부가?"

"응."


뭔가, 시원하면서도- 달콤했다. 1년 전 생일선물로 먹었던 것과 비슷하지만 약간 다르다. 텐쇼인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맛있는 것은 조심히 손을 텐쇼인의 손에서 빼내었다. 뭔가 더 욕심을 낼 마음은 없었는데, 죄를 진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미안해."

"어? 아냐. 괜찮아."


그저 손이 좀 더러워서 혹여 네가 감기라도 걸리면 어쩌지 했어. 쇳소리가 나오는 목소리로 몇 번이고 켈룩이면서 텐쇼인의 등을 토닥여주었다. 괜찮아. 난 정말로 괜찮아. 마치, 그 말이 위로와 안도처럼 다가왔다.


그리고 그 날 저녁, 텐쇼인은 꿈을 꿨다.


[...]


식탁에 누워있었다. 맛있는 것이. 눈을 감고 있었다. 양 손에 깍지를 끼고. 죽은 것 같았다. 그저 평범한 옷을 입고 누워있는 것이. 흰색 식탁보가 무서울 정도로 하얗다. 텐쇼인은 자신의 손에 들린 게 나이프와 포크임을 알았다. 나이프가 너무 날카로웠다. 지금 당장이라고 그걸 맛있는 것에게 가져다 대면-

생각을 멈추었다. 몸을 움직일 수 없었다. 죽은 걸까. 눈을 도르륵 굴려보았다.

입을 열려던 찰나, 천천히 눈이 떠진다. 그 눈. 그래. 늪지대같이 깊은 눈이. 그리고 텐쇼인을 바라보았다. 한참을 그 시선에서 뗄 수가 없었다.


[맛있어.]


딱 한마디였다. 마치, 먹어보라는 듯이 구는 목소리였다. 텐쇼인은 그대로 얼어붙었다. 아무 말도 할 수가 없었다. 아무 것도 할 수가 없었다.

맛있는 것이- 말했다.

맛있어.

물음표도 아니었다.


잠을 이룰 수가 없었다. 맛있어- 유혹을 하는 건지, 못 먹을 걸 알면서 비웃는 것인지. 모를 정도로. 맛있는 것의 목소리가 무서웠다.

끔찍한 꿈이었다.






-

손풀기. 트위터에서 풀었던거. 좀 더 쓰고싶은데

우선 자야해


포크 에이치x민트맛 케이크 케이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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