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al Zero
츠카레오) 본문
시끄러운 소리에 눈을 떴다. 아침부터 시끄러워. 스오우는 인상을 잔뜩 구긴 채 몸을 일으켰다. 등짝이 따끔따끔하다. Leader, 손톱 좀 깎으셔야겠어요. 스오우는 어깨를 두득두득 풀고는 침대 밖으로 벗어났다. 침대 밑에 엉망으로 흩어진 악보들을 보던 스오우는 손을 뻗어 한장 한장 주웠다.
"What..."
씌여있는 것이... 악곡이 아닌데? 스오우는 차곡차곡 모은 종이를 들고 건너의 소파에 앉아 천천히 읽었다. 오선지에 그려진 것은 음표가 아니라 츠키나가의 전매특허라는 마법이었다. 입으로 굳이 내시는 분이 아닌데 왜 이렇게 세세하게 쓰신건지. 마법이랑 전혀 연관점도 없는(지금만 없지, 나중에는 연관될거라고 굳게 믿는 스오우 츠카사, 2n세.) 자신도 알아볼 정도다.
"스오~"
"Leader, 좋은 아치... 으아아아!!! 설마 그러고 돌아다니신거세요?!"
"어? 응!"
츠키나가는 박스티 하나만 걸친 채 허여멀건한 허벅지를 드러내고 있었다. 으아아아 골반에 멍이 들 정도로 세게 쥔 손자국은 아마 스오우의 손을 맞추면 딱 맞아 떨어질 것이다. 어제 너무 몸을 뒤틀어대서 고정하느라 그랬던건데 이렇게까지 멍이 들 줄이야...! 스오우는 황급히 악보들을 내려놓고 츠키나가에게 달려갔다.
"감기들려요!"
"어? 그렇게 춥지도 않..."
"그렇게 드러내고 다니시면 안 추우세요?"
"뭐. '벌거벗은 왕'에게 딱히..."
누가 들으면 전라로 돌아다니신 줄 알겠네. 스오우는 담요를 꺼내와 츠키나가의 허리로 길게 내리듯이 둘렀다. 불편해 스오~ 툴툴거리며 입을 삐죽이 내미는 것이- 새가 모이를 달라는 것 같았다. 스오우는 살짝 허리를 숙여 츠키나가의 입술을 가볍게 훔쳐내었다. 부러 소리를 내어. 쪽-!
"..."
"좋은 아침입니다."
"...응."
기습공격을 예상하지 못했는지 얼굴이 새빨갛다. 사과같이. 시선을 둘 곳이 없어 도르륵 굴러다는 초록색의 눈. 그리고 양 손 끝이 부들부들 떨린다. 스오우는 피식 웃었다.
자신의 성장이 굉장하긴 한가보다. 1년 전, 한번 죽은 뒤 굉장히 빠른 속도로 성장한 덕분에 키는 180을 웃돌고 있었다. 츠키나가는 기껏 자라나야 1cm정도. 폭발적인 성장을 하기엔, 츠키나가 레오는 100년도 넘게 산 마법사의 왕이다.
"Leader."
"어?"
"저 악보 뭡니까?"
스오우가 손가락으로 직접 가리키며 말하자 츠키나가는 아- 하는 얼굴로 잠깐 악보를 보다 배시시 웃었다.
"이제, 슬슬 계승도 준비해야지."
"누구 말입니까?"
그 물음이 너무 어이없었는지 잠깐 당황한 표정을 지은 츠키나가는 이내 손을 뻗어 스오우의 뺨을 어루만졌다. 약간 차가운 뺨을 손바닥으로 느끼며 츠키나가는 웃었다.
"너."
마법도 쓸 줄 알아야, 그래야 내가 너에게 루크(Rook)의 자리를 내어주지. 넌 아직도 어리고, 가지고 있는 능력도 쓰지 못하는 꼬마일 뿐이야. 츠키나가의 말은 가차없었지만 그것이 현실인 것을, 스오우는 잘 알고 있다.
"나의 가장 마지막 패가 되는거야, 너는."
"..."
"너의 죽음 후 보였던 성장처럼, 너의 능력도 이제 폭발할 정도의 성장을 보여야지."
외관만 변하는 게 아니야. 나의 대관식을 위한, 검이 되는거야. 츠키나가는 웃었다. 기백년을 넘게 빼앗긴 황좌. 본디 츠키나가 레오의 자리. 스오우 츠카사는 그 자리를 탈환할 무기가 되어야 한다.
"물론이죠."
스오우는 약간 굳은 표정으로 츠키나가를 내려다 보았다. 사랑때문에 모든 것을 잃었던 자신의 왕을 위해, 더 강해질 것을 다짐하며 스오우는 팔을 뻗어 츠키나가를 끌어안았다.
"역시. 내 마지막 기사야. 사랑해."
츠키나가를 스오우의 품에 얼굴을 묻으며 조용하게 중얼거렸다. 가슴에 울리는 츠키나가의 나직한 목소리를 들으며 심장이 두근두근거리며 따땃함이 퍼지는 기분이다. 스오우는 눈을 감고 츠키나가의 머리카락에 느릿느릿한 키스를 내렸다.
기사가 왕을 맞이하는 키스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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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오우 츠카사 루크 서임식 전의 이야기
(늘 그래왔듯 빌린 세계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