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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법사와 그대 본문

Enst/마법사와 그대

마법사와 그대

0117 2016. 5. 7. 16:03

신난다. 최악의 순간이 갱신되는 기분이다. 이마를 짚었다. 지금 이 순간 형사부 전체에게 퇴근이란 없다. 미친. 다른 놈들도 아니도 동부 트럭 연쇄살인마라니. 이사라는 휴대폰을 들어 익숙한 번호를 눌렀다. 몇 번의 수신음이 간 뒤 다 죽어가는 목소리로 여보세요- 라고 말하는 상대에게, 자신은 할 말이 딱히 없다.


리츠, 나야.”

-무슨 일이야.

오늘……. 생각보다 큰 사건이 터졌어.”

-…….

정말 미안해.”

-아냐. 무슨 일 있으면 연락해.


. 통화는 매우 무미건조했다. 이사라는 머리카락을 헝클어뜨리며 한숨을 쉬었다. 담배가 좀 필요하다. 분명 평생 입에 물지 않겠다고 생각하던 시절이 있었는데. 입에 하얗고 얇은 대가 물려진다. 그리고는 라이터의 불길 한번에, 이사라의 입에서 회색의 연기가 느릿느릿 뿜어져 나온다.


후우-”


원래는, 이러려는 게 아니었는데. 이사라는 시선을 내리며 뻐끔뻐끔 담배를 태웠다. 3분 정도. 담배 한 개비가 작살나는 동안 이사라는 몇 번이고 휴대폰의 액정을 바라보았다.

되는 게 하나도 없다, 라는 말은 지금 딱 이사라 마오에게 쓰기 좋은 말이다.

최근 들어서 리츠와 계속 부딪히고 있다. 동거를 시작하고 견뎌오던 것들에 한계를 느꼈으니까. 처음에는 웃으면서 넘어갈 수 있을 것이라고 믿었다. 하지만 이렇게 버티기 어려운 순간이 바로 앞에 닥치면, 아무리 그가 자신의 소꿉친구고 연인이어도 웃어 넘어갈 수 없어진다.

어제도 아주 사소한 것 가지고 말싸움이 붙었다. 걷잡을 수 없을 정도로 번지는 입씨름을 견딜 재간이 없던 이사라는, 머리라도 식히라고 리츠에게 한마디 쏘아붙이고는 집 밖으로 나가서 담배 두 갑을 박살내었다.


[-리 갈수록 많이 피네.]

[사격도 형편없는데 폐활량까지 형편없어지면 곤란해, 이사라.]


너무 많이 피는 것을, 직장에서 제일 가까운 친구 녀석들이 알게 되면 잔소리는 덤으로 얻어먹는다. 이사라는 담뱃갑 안의 담배 개비수를 세어 보았다. 12개 남았다. 좋아. 한 시간마다 하나씩 피자. 부족하면 아직 내 서랍 안에 담뱃갑 20개 넘어. 알아서 골라 필 것이다.

이사라는 흡연실에서 나와 형사부 4팀으로 복귀하였다. 팀장은 머리를 쥐어 싸매며 한숨을 커다랗게 내쉬고 있었다.


이사라. 나 사표내고 싶다.”

진정해요, .”

씨발! 어제 마누라랑 싸워서 오늘 화해하려고 케이크 사갈 궁리 했는데 그 트럭쌍놈이 내 모든 계획을 망쳐 놨다!”


책상을 주먹으로 쾅쾅 치는 팀장을 보며 이사라가 고개를 설레설레 저었다. 저도 리츠랑 화해하려고 비싼 프렌치 식당 잡으려 했는데 망했어요. 이번에 트럭새끼 잡으면 그놈 대가리에 헤드샷 날리고 싶어요. 기동대에 샷건 있나. 이사라는 허허 웃으면서 자리에 앉아 컴퓨터의 전원을 눌러 켰다.


왜 하필 하다하다 녀석이냐.”

“7개월만이래요.”

니미. 도쿄의 평화를 위해 혼자 죽어버릴 것이지.”

그 새끼는 왜 도쿄에서 지랄이야.”

그냥 세계평화를 위해 어디 고꾸라져 목이나 부러질 것이지.”

경추랑 흉추 안 나간다냐?”


팀원들의 저주가 이리저리 들려오고 있었다. 저기에 이사라도 합류하고 싶었다. 그래도 1팀의 양심이라고 불리는 이사라다. 그냥 입을 다물었다.


“2팀 나갔다고 그러더라.”

“2팀이 처리에요?”

. 2, 일주일 전에 나카무라 녀석 부상입어서 사람도 없다던데.”

하필 나카무라씨가……. 3팀은요?”

“3팀 지금 브리핑 자료 뜯고 난리 났단다.”

허어.”


이리저리 2팀의 유우키와 3팀의 히다카가 고생하는 소리가 들리는 것 같았다. 이사라는 관자놀이를 짚으며 폴더 안의 자료들을 끄집어내었다.

동부 트럭 연쇄살인마. 이사라가 신참이던 시절 딱 한번 직접 겪은 케이스 중 하나다. 솔직히 아직 신참 타이틀 못 벗어났지만, 그땐 정말 아무것도 몰랐으니까.


하아-”

이사라, 뭔 놈의 한숨이 그렇게 심해.”

사이버 팀 유키나가씨보다 더해, 저 녀석.”

그런 말 마세요.”

허긴. 4팀 오기 전 신참일 때 트럭 놈 한번 맡았었지?”

그날, 저 진짜 전날 저녁까지 게워냈다고요.”


원래 다 그런 거지 뭐. 나 처음 형사부 오자마자 칼 맞았단 거 들었지 않냐. 이사라의 머리를 마구 쓰다듬으며 웃은 선배 팀원은 웃으면서 이사라 옆자리에 앉았다.


요즘 안 좋은 일 있냐?”

?”

너 담배 피는 게 늘어나서. 저번에 캡한테 와장창 깨지기도 했고 말이다.”

- 괜찮아요.”

괜찮기는. 다크서클이 광대까지 내려오는 게 보이건만.”


이 와중에 연쇄살인까지. 너 다음 주에 한번 실려 가는 거 아닌가 모르겠다. 선배 팀원은 주머니에서 담배 한 갑을 꺼내 이사라에게 내밀었다.


주는 겁니까?”

오냐. 작작 피우고. 내 귀여운 여친이는 금연해달라고 졸라서 집에 있는 담뱃갑들 전부 내 차에 꽁쳐놨다. 언제 뺏길지 몰라.”


금연하기 싫은데 해달라고 하도 성화여서. 어깨를 으쓱한 그는 이사라가 담뱃갑을 받는 것을 보며 웃었다.


이것 보렴. 사랑이 이렇게 위대하단다.”


선배의 말에 이사라는 픽 웃었다. 내 사랑은 금연하라는 소리 안하는데요. 이사라에게 담배는 스트레스 해소제에 가까웠고, 그게 없으면 분명 술을 뜯기 시작하는 걸 리츠는 잘 알고 있다. 그래서 금연 소리를 하지 않았다.


폭연 좀 그만 하고.”

누가 폭연이라고요.”

너 평상시보다 한 갑은 더 피는 건 아냐?”

…….”

동거하는 놈이랑 싸웠냐.”

요즘 엄청 싸워요.”

작작 싸워라. 1팀 헤이지놈은 같이 동거하던 놈 여친이랑 바람나서 개판 나도록 싸우고 집 비웠다잖아.”

거긴 풍비박산이고, 전 아니죠!”


무라노씨랑 저랑 비교하는 건 뭐에요! 이사라는 발끈해서 소리쳤다. 솔직히 거기랑 이쪽을 비교하면 이사라 본인이 굉장히 섭섭하다. 자신과 리츠는 우선 연인관계라고!


하여튼. 넌 좀 조심해야할 필요가 있어.”


너 은근 성격 나쁘단 말이지. 완고한 면모도 있고. 그 말에 이사라는 볼에 공기를 빵빵하게 집어넣으며 원망스럽다는 듯이 바라보았다.


하여튼, 조금 있다가 부검의 쪽 이야기 나오면 단체로 모일 듯 한데. 신원은…….”


선배의 말이 끝까지 나오지 않았다. 다급히 달려온 익숙한 친구의 모습에 이사라는 몸을 일으켰다.


아케호시?”

-.”


무슨 일이지? 이사라는 눈을 크게 뜨며 발걸음을 아케호시쪽으로 향-


시체가 한구 더 있대.”

“!”


이사라를 포함한 4팀 팀원들 전원이 벌떡 일어났다. 무슨……. 이사라는 발걸음을 멈춘 채 완전히 얼어버렸다.


동부 트럭 연쇄살인마- 맞지?”

.”


살인 패턴이 바뀌었다고……. 아케호시의 말에 4팀 팀장은 급히 밖으로 뛰어나갔다.


!”

너희 그 자리에 꼼짝 말고 있어!”

어디 가시는데요!”

“1!”


계단을 내려가는 다급한 발소리가 들려왔다. 이사라는 눈을 한 바퀴 돌려보았다. 살인 패턴이 바뀐 것만큼 상황이 나쁜 게 어디 있는가.

지금까지 자신들이 수사했던 모든 것들을 뒤집어엎을지도 모르는 상태가 되었다.


아케호시. 그거, 어디서 들었어?”

-키가 전화했어.”


마코토 녀석이 전화한 것이라면 빼도 박도 못한다. 수렁에 빠진 기분이었다. 최악에 최악을 더하면 더 최악.


신원 파악 되었대?”

아직, 이라고 들었어. 첫 번째 피해자는 신원이 나왔는데 부검 결과가 안 나왔다고 그러고.”


좀 빨리 나왔으면 좋겠는데! 이사라는 무의식적으로 손톱을 입가에 대고 이를 세워 뜯었다. 아케호시는 그런 이사라의 손을 잡아 자신 쪽으로 끌어당겼다.


버릇-!”


긴장하면 손톱을 뜯어대기까지 하고! 이사라는 아랫입술을 깨물었다 아케호시와 그가 잡고 있는 자신의 손을 바라보고만 있었다.


…….”

이번엔 잡을 수 있을 거야.”

그렇……. 겠지.”


이번에도 놓치면 또 얼마나 기다려야 하는지 몰라. 연쇄살인마들의 대부분은 자신들이 잡힐 것 같다 싶으면 그들이 어느 정도 잊힐 때까지 잠적한다. 그 기다림이란- 너무 길다. 그들의 손에 목숨을 잃은 사람들의 무게가 얼마나 무거운가.


이사라.”

, 호쿠토.”

소식 들었어.”

홋케도 들었구나.”

유우키가 많이 충격 받은 것 같아.”

그렇겠지.”


이래저래 상황이 더 나빠졌다. 프로파일 쪽은 더 난리가 아닐 것이다. 뭐든, 뭐든 알아야 수사를 시작하는데. 언제 움직일지 모르는 상대는 위험하다. 또 다른 희생자를 낼 수는 없다.

이번에 끝내야 한다. 너무 오랜 시간을 방치했다. 7개월. 사람의 기억은 단편적이고, 오래 기억하는 것은 어렵다. 이사라는 아케호시를 보내고 4팀으로 돌아왔다.

망연하다.

다들 절망을 담고 있었다. 분노가 오기 전, 절망이 먼저 왔다. 지칠 것 같았다. 시작도 하기 전에.

원점으로 돌아오게 될지도 모른다는 것이 두렵다. 자신들이 알고 있던 그의 정보가, 분쇄기에 갈려버리는 거니까.

머릿속이 엉망이었다. 정리되지 않은 자신의 책상처럼, 아무렇게나 널브러져서 찾기도 어려운 정보들. 펜은 있는 건지. 휴대폰 충전기는 어디에 있는 건지. 배터리도 20%정도 남았다.


하아-”


이 사건이 끝나면, 리츠와 데이트라도 하면서 기분전환을 해야할 것 같은데.

이 사건이 끝날 것 같지 않았다.

대신 리츠와의 관계가 끝날 것 같았다.



-

허어 토할것 같아...8ㅠ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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