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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al Zero

에이케이) 본문

Enst/外

에이케이)

0117 2016. 7. 10. 23:54


삶이란, 지루한 것이 싫어 발버둥 치는 자들이 누리는 특권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텐쇼인 에이치에게 삶이란-

무엇이기에. 자신은 죽음을 옆에 끼고 사는 것인지.

텐쇼인은 피곤한 표정으로 눈을 감았다. 눈 끝에 피로가 대롱대롱 매달려 침대로 가라며 속살거리고 있었다. 자고 싶지 않아. 누가 되었던 자신의 잠을 깨워주었으면 좋겠다.

눈을 감고 도르륵 굴려보았다 까끌- 약간 거북한 느낌으로 눈을 굴리는 것이 힘겨워지자 텐쇼인은 팔에 힘을 줘 몸을 일으켰다.


자고 싶지 않아도 자야 할 것 같아졌다. 그런 것이라면 굳이 이곳에서 잘 필요는 없겠지. 눈을 감고 발 끝에 힘을 줘 까치발을 세웠다. 그리고 양 손을 들어 한번 커다란 소리를 내어 맞부딪혔다.

짝!

그리고 눈을 뜨면 아주 익숙한 곳에 도달해 있었다. 원래 이렇게 막 쓰는 거 아니라고 그랬는데. 아마도 이곳의 주인에게 된통 혼날지도 모른다. 쫓겨나지는 않았으면 좋겠다. 텐쇼인은 비틀비틀 걸었다. 매끄러운 나뭇바닥은 약간 차가웠다.


"케이토-"


목소리를 내어 불러보았다. 아무도 없는 적막을 가벼이 부수며 목소리가 울린다. 답은 돌아오지 않았다. 일하러 간 건가. 역시 일은 케이토에게 맡기는게 좋긴 해. 텐쇼인은 손에 잡히는 미닫이문을 열었다. 드르륵소리가 거칠다. 너무 피곤하다. 끔찍하게. 와타루가 자신의 집에 있었다면 좋았겠지만, 그는 지금 부재중이다.

몇 걸음 걸어가면 있는 푹신한 침대. 텐쇼인은 그대로 엎어졌다. 아, 너무 졸려. 이제 그만 자야 할 것 같아. 하지만, 자고 싶지 않아. 몸과 마음이 따로 놀고 있었다.


"에이치...?"

"하하- 안녕, 케이토."

"여긴 무슨 일이..."


주인이 왔다. 젊은 뱀의 당주가. 하스미 케이토는 목소리를 들었던 것인지 발소리를 죽인 채 걸어와 에이치를 제대로 눕혔다. 텐쇼인은 꾸벅꾸벅 졸면서도 팔을 뻗어 케이토의 손목을 잡았다.


"왜 온거야."

"그냥. 혼자 자는 건 외롭잖아?"

"히비키는."

"나갔어."


꼭 이럴 때. 하스미는 한숨을 쉬었다. 그리고는 텐쇼인이 조금 더 편안히 잘 수 있도록 이불을 목 끝까지 덮어주었다.


"케이토."

"왜."

"같이 자주면 안될까?"

"..."


일거리는 많다. 자신은 늘 일에 치여 살고 있으니까. 고용주 텐쇼인 에이치 밑에서. 하스미는 안경을 벗어 안경집에 넣고는 바닥에 내려놓았다. 자달라고 하는데 같이 자 줘야지. 자신이 사는 생애의 목적 반분에 가까운 남자가 부탁하는 것을 거절할만큼 하스미는 매정하지 않았다.

하스미는 조심스럽게 에이치의 옆에 누워 이불을 덮었다. 딱히 잠이 오지는 않았지만 텐쇼인이 잠을 자면 같이 자는 것은 어렵지 않으니까. 양 몇 번 세면 잘 잔다.

손을 뻗어서 텐쇼인의 흐트러진 머리카락을 뒤로 넘겨주었다. 텐쇼인은 눈을 감을 채 나직이 입을 열어 목소리를 내었다.


"있지 케이토."

"얼른 자."

"내가 한 번 말한 적 있지. 왼쪽 세번째 위, 오른쪽 두번째 아래, 그리고 왼쪽 첫번째 아래."

"그래. 기억하고 있어."

"잊으면 안 돼."

"그래."


무슨 의미인지 모른다. 하지만, 저 말을 기억해달라고 했다. 하스미는 저 말을 아예 적어두었다. 잊어버릴까봐 왼쪽 새끼손가락 안쪽에 새겨두었다. 左三上, 右二下, 左一下.

텐쇼인 에이치는 말을 가벼이 뱉어내지는 않는다. 물론, 종종 사쿠마나 이츠키에게는 도발하는 듯이 혀 끝에 독을, 가시를 가득이 물곤 한다. 하지만 상대가 케이토면 이야기가 틀리다. 텐쇼인은 케이토에게 허투루 말을 하지 않는다.


"잘 자. 얼른."

"자고 싶지 않았어..."

"괜찮아. 옆에 있을께."


하스미는 조심히 텐쇼인의 손을 잡았다. 최근의 에이치는, 쫓기는 것 같은 표정을 종종 짓곤 하였다. 한번도 본 적 없던 표정을 내보인다. 그리고 이상할 정도로 잠을 자는 것을 두려워 하고 있었다.

잠은, 어찌 되었던 필수다. 하지만 요즘들어 잠을 자는 것도 싫어하고 자신이나 히비키 혹은 츠키나가가 있어야 약간 안심하며 잠이 들었다.

이상하다.

무언가 있는 것 같은 기분이다. 쎄하다는 촉이 이럴 때는 빠릿빠릿하게 발동된다. 하스미는 숨을 고르게 내쉬는 텐쇼인에게 가까이 몸을 밀착하였다. 심장소리가 귀를 약간 간질간질하게 만들었다.


"걱정마."


마법의 주문같은 건, 내가 외울 수 없지만 그런건 츠키나가나 히비키가 해 줄거야. 나는 너를 지킬 거야. 하스미는 눈을 감았다. 아주 어릴때 이렇게 자주 잤다. 어른이 되어서는 이렇게 자는 게 웃기기만 하지. 하지만, 간만이라면 좋아.

가슴이 약간 뭉글뭉글 간지러웠다. 하스미는 고개를 약간 숙여 자세를 고쳐잡고는 양을 세었다.

한 마리. 두 마리.




-

언젠가는 일어날 무언가의 이별을 아는 자와 모르는 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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