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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al Zero

리츠마오) 본문

Enst/外

리츠마오)

0117 2016. 9. 19. 22:52


"정보가... 계속 새어나가네."


씁쓸하게 웃는 츠키나가의 목소리엔 약간의 화, 그리고 왜인지 모르겠다는 의문이 조금씩 들어있었다. 리츠는 인상을 찡그렸다. 유독 자신의 정보만 줄줄 새고 있었다. 그럴 이유가 없는데. 세나는 인상을 잔뜩 구겼다. 리츠의 정보는 대부분 세나의 정보와 연계되어 특유의 알고리듬을 형성한다. 그런데 리츠의 정보가 새니 세나의 정보도 같이 무너질 수밖에 없다.


"뭐가 문제인지 모르겠어?"

"..."

"아주 사소한 것도 좋아. 그런데 지금 이렇게 빠지는 양을 보면 사소한 게 아니야."


세나는 다리를 꼰 채 발 끝을 까딱까딱 움직였다. 리츠가 원망스럽기도 하지만 이건 리츠 혼자의 문제가 아니다. 나루카미는 노트북을 쉼 없이 두들기며 한숨을 쉬었다.


"리츠짱."

"응?"

"리츠짱은 우리에게 숨기는거 있어?"

"..."


있을리가. 시험대에 슬며시 올리려는 것 같지만 올라갈 것도 없다. 리츠는 피곤한 얼굴로 관자놀이를 눌렀다.


"단순하게 새는게 아닌거 같아."

"그게 무슨 소리야?"

"장기적으로 천천히 빼돌려서 무너뜨리고 있어."


나이츠의 기반을. 나루카미는 짜증나 죽겠다는 표정으로 인상을 와장창 구기며 노트북을 들어 리츠와 세나에게 보여주었다. 보여? 아주 느리게 빠지는 정보야.

리츠는 노트북을 받아 천천히 올려보았다. 어디서부더 유출이 된 건지 궁금했다. 자신이 그렇게 새는 짓을 할 리가 없는데. 정보만큼은 철저하게 보관하지 않았던가. 세나는 리츠와 함께 보고있다 순간 리츠에게서 노트북을 뺏었다.


"셋짱."

"여기, 이상해."


세나가 가리킨 곳은 2년 전의 정보였다.


"여기. 원래는 이런 정보가 아니야. 내거랑 비교하면 나랑 같아야 하는데 아니잖아."

"허?"

"여기서부터.... 여기도. 여기도. 시작이 내가 처음에 가리킨 곳이라고 하면 되겠다."


2년 전이라. 리츠가 이사를 한 시점인 것 같았다. 2년 전에 이사를 했다. 집을 마련해서... 꽤나 괜찮은 맨션이다. 리츠는 혀를 내밀어 마른 입술을 축였다. 뭔가. 저때부터 새는 거라면 도청 이상의 것인데. 손을 댈 사람이...


"나 가볼께."

"뭐?!"


쿠마군! 세나의 목소리가 대번에 격해졌다. 리츠는 왼손 바닥으로 이마를 꾹꾹 누르며 인상을 찡그려 목소리를 내었다.


"대충 감이 와서 그래."


수습이 될 지 모르겠지만. 정답이라면 처리해야겠지.


-


이사라 마오. 평범한 회사원. 9시 업무 시작. 6시 정시 퇴근. 규칙적이고 바른 생활의 청년. 사쿠마 리츠와 교제한지 3년째. 리츠는 한숨을 쉬며 자신이 알고 있는 모든 정보를 끄집어내 보았다.

좋아하는 커피는 아메리카노. 좋아하는 옷 스타일은 캐주얼한 스타일. 종종 운동화를 사는 것을 즐김. 안경을 착용. 좌우 0.6에 오른쪽 눈만 난시. 선단 공포증. xx대학교 경영학과 출신. 양친, 여동생 살아있음. 온갖 정보들 속을 헤집어 보았지만 별다른 수확은 없었다.


"릿짱!"


어서와! 오늘 저녁, 햄버거 어때? 나 츠키미 버거 먹고 싶어서 사놨어! 생글생글 웃으면서 식탁에 앉는 이사라는 피로해 보였지만 즐거워했다. 리츠는 입꼬리를 올려 웃으면서 의자에 앉았다. 콜라를 쪽쪽 빨며 버거를 한 입 커다랗게 베어물고는 행복하다는 표정으로 리츠를 바라보았다.


"마-군."

"응?"

"내 것도 먹어."

"엣! 나 살 찌라는 거야?! 안그래도 상사가 나 찐거 같다고 그랬는데..."


이사라는 입술을 슬쩍 내밀며 리츠를 보면서도 좋아서 리츠 손에 있던 버거를 빼앗아 자신의 입에 넣었다. 오물오물 씹으면서 헤헤 웃는 이사라를 보며 리츠는 픽 웃었다.

한번도 의심한 기억이 없다. 왜냐면, 자신이 정보를 숨기는 곳은 집이 아니니까. 그럼에도 빠지고 있다면 그건 이사라의 능력이 엄청나거나일 것이다.


"맛있게 먹었습니다!"


이사라는 어깨를 으쓱하면서 리츠를 보았다. 그리고는 몸을 일으켰다.


"릿짱 무슨 일 있어?"

"..."

"표정이 나빠."


오늘 같이 잘까? 이사라는 의자에서 일어나 리츠가 있는 쪽으로 종종종 걸어왔다. 리츠는 이사라를 끌어안고 이사라의 체취를 맡아보았다. 자신과 함께 쓰는 샤워젤향. 리츠는 이사라를 힘주어 끌어안았다. 릿짱, 숨막혀어~ 조그맣게 투정을 부리면서도 저항하나 하지 않았다.


"... 일이 안 풀려."

"무슨 일이?"

"자꾸 내가 일하는 곳에다가 훼방을 놔."

"헤에~"

"근데 2년 전부터 그러더라고."

"..."


단도직입적으로 입에 올리자 이사라의 시선이 슬쩍 굳었다. 그걸 알 리 없는 리츠는 이사라를 안은 채 조심조심 입을 열었다.


"마-군이랑 나랑 여기로 이사왔을 때부터인 것 같아. 내 일에 훼방을 두더라고."

"..."

"자택업무 같은 거 안하니까. 아무 생각이 없었는데..."

"... 나를 의심하는거야?"


그런거야, 릿짱? 이사라의 목소리엔 억울함이 스며 있었다. 약간 울먹이기까지 했다. 리츠는 한숨을 쉬었다. 그럴리가 없어. 다른 문제가 있을 거라고 생각하며 입을 열려던 찰나였다. 리츠의 왼쪽 옆구리가 느리게 아파왔다.


"정답이야."


이사라는 울다 말고 픽 웃었다. 리츠의 붉은색 눈이 커다래지는 것을 보며 이사라는 난처하게 웃었다.


"한 5년정도는 버틸 수 있을까 했는데."


내가 좀 드러나게 많이 뜯어내긴 했지? 그치? 이사라는 리츠의 무너져내리는 몸을 보여 웃을 뿐이었다. 안긴 채로 오른쪽 주머니에 있던 버터플라이 나이프로 리츠의 왼쪽 복부를 빠르게 찌른 것이다.


"아. 이럴 줄 알았으면 좀 더 많이 뜯어낼 걸."


찰각찰각이며 버터플라이 나이프가 이사라의 손에서 움직였다. 피가, 멈추지 않았다. 리츠는 왼손으로 출혈부위를 애써 누르며 숨을 헐떡였다. 이사라는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면서 안경을 벗었다. 그리고는 바닥으로 안경을 떨어뜨렸다. 안 보인다는 것이 거짓인 것 처럼 이사라는 고개를 숙여 리츠를 내려다 보았다.


"릿짱도 물러. 적과의 동침을 3년이나 한 거야."


원래 돈 주면 뭐든 하는 사람이어서, 난. 릿짱이 제일 비쌌어. 지금까지 역대야. 피식피식 웃으면서 하는 말을 들으며 리츠는 이를 악물었다. 이사라는 웃으면서 셔츠를 벗고 드레스룸에 들어가 옷을 갈아입었다. 최대한 말쑥하게. 평상시 출근하는 것보다 조금 더 괜찮아 보이게. 흑색 체크무늬 넥타이. 흑색의 정장. 꼼꼼하게 잠근 단추까지. 평상시의 이사라 마오랑은 아주 약간 틀렸다. 핀트가 나간 것 같은 느낌이었다.


"유감이야. 계속 내 예쁜 파수꾼이 되면 좋았을텐데."

"... 언제부터야?"


애써 숨을 고르며 헐떡이는 리츠의 물음에 이사라는 하하 웃으며 리츠의 머리를 조심조심 쓰다듬어 주었다. 그리고는 무시무시할 정도로 냉정하게 한마디 했다.


"너를 만났을 때부터."


넌 내 타겟이었어. 3년 전부터. 네가 나한테 빠지게 될 줄은 생각도 안했지만, 결과적으론 이렇게 잘 되었잖아? 이사라는 왼손으로 입을 가리며 웃었다. 


"덕분에 '나이츠'도 무너뜨리기 편안한 상태가 되었고."

"나이츠도 알고 있는 거야?"

"당연하지. 너를 만나기 위해서 난 너와 관련된 모든 것을 학습했는걸."


방대해서 토하는 줄 알았지만. 넌 얼마나 엄청나길래. 이사라는 특유의 팔자 눈썹으로 웃으며 주섬주섬 가방 하나를 가져왔다. 그리고는 의자에 앉아 가방 안에 있던 것을 조립하기 시작했다.


"릿짱이 죽을걸 아니까. 하나는 말해줄께."

"..."

"이사라 마오는 없어."


존재하지 않아. 그 어떤 기록에도 이사라 마오라고 하는 존재는 없어. 난 '죽은 사람' 이거든. 절걱이는 소리가 리츠의 귀에 생생하게 울렸다. 피가 어느 정도 빠지니까 몸은 안 움직이지만 감각 자체는 굉장히 날이 서 있었다. 리츠는 컥컥대며 몸을 일으키려고 했다.


"어어. 안돼, 릿짱."


머리에 정확하게 한 발 날려야 하니까. 소음기만 달면 되거든? 조금만 기다려. 이사라는 리츠의 뒤통수를 발로 꾹 누르며 웃었다. 조립이 다 끝난건지 실탄을 넣은 탄창을 넣고는 철걱 소리와 함게 이사라는 휴대폰을 들었다.


"시간이 별로 없네. 정체가 발각되면 3시간 내로 사살하고 돌아가야 하거든."


슬프지만, 이별이야- 릿짱. 사랑해. 이사라는 웃으면서 리츠의 머리에 겨눴다. 약간 씁쓸한 마음이 들었다. 이사라는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이제 잊을 수 있을 테지. 그리고는 방아쇠를 당기려고 하였다.


따르르르르르릉. 따르르르르르릉. 따르르르르르릉.


시끄러운 전화벨소리가 울렸다. 이사라는 움직임을 멈추고는 전화벨 소리를 들었다. 가까이 다가가지도 않았다. 그냥 조준한 상태 그대로 정지버튼을 누른 것 처럼 서 있었다.


따르르르르르릉. 따르르르르르릉. 따르르르르르릉.


"..."


멈추지 않고 울렸다. 그리고는 찰캌 하는 소리와 함께 이사라의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안녕하세요 사쿠마 리츠의 집입니다. 지금은 일이 많아 전화를 받을 수가 없어요! 삐~ 소리가 난 뒤에 용건을 남겨주시면 릿짱이 전화해줄 거예요~


그리고 삐- 소리가 났다.


『쿠마군? 뭐해? 집 빈다고 해서 놀러가려는데, 술 들고가도 괜찮지?』


셋짱? 리츠는 정신이 반쯤 날아갔음에도 약간 하이한 톤의 세나 목소리를 들은건지 몸을 약간 웅크렸다. 숨을 쉬는 것이 어려웠다. 이사라는 말 없이 음성사서함의 목소리를 듣고 있었다.


『오늘 침대 비워주기야. 쿠마군이 사준 속옷 입고 가니까 좀따 봐.』


"릿짱 바람도 폈네..."


이사라는 야속하다는 목소리를 내며 전화기 앞으로 걸어갔다. 아직 음성사서함은 계속되고 있었다.


『술 내가 좋아하는 걸로 가져가는데 괜찮지? 나 요즘 하이네켄에 빠져서~ 어차피 쿠마군, 술도 못마시면서. 아 맞다. 나 비밀번호 까먹었어, 현관 앞으로 꼭 데리러 와줘. 설마 밖에 날 그냥 둘 셈은 아니지?』


애교가 넘치는 목소리다. 죽기 전에 한 번은 들어도 나쁘지 않을 목소리긴 한데. 리츠는 고통스러워 죽을 것 같은 표정으로 아랫입술을 짓씹었다. 그에 반해 이사라는 표정을 딱딱하게 굳힌 채 총을 들지 않은 손으로 조심스럽게 전화기를 향해 뻗었다. 그리고 종료시키려고 하였다. 애교 넘치는 목소리가 북풍한설로 변했다.


『씨발 새끼야, 너냐?』


그 순간-




-

아이고 졸려.

국가정보원 리츠 x 스파이 겸 청부업자 이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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