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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al Zero

리츠이즈) 본문

Enst/外

리츠이즈)

0117 2016. 10. 3. 02:16

앙상블 스타즈 리츠이즈 전력 60분(대지각쇼)

주제: 온기




원래, 처음의 세나 이즈미는 누구일까. 세나는 거울을 보며 중얼거렸다. 어디 지나가는 여자에도, 심지어 매스컴에서 나올법한 여자들에게도 꿇리지 않을 정도로 예쁜 얼굴. 한세기가 지나도 그건 세나 이즈미의 자랑이다. 마마와 파파는 자신을 '사랑스러운 이즈미'라고 불렀다. 까마득한 이야기다. 지금은 기억도 나지 않는 부모의 얼굴이지만, 그 말은 똑똑히 기억하고 있다. 용하기도 하지.


'세나는 예쁜 얼굴이 매력적이지. 제일 먼저 보이잖아.'


츠키나가는 세나의 뺨을 몇 번이고 쓰다듬으며 중얼거리고는 했다. 솔직히 지나가다가도 명함도 받았고, 제의도 있었고, 별 소리가 다 나왔는데 세나의-


'돈 잘 벌어요.'


라는 이유로 모두 기각되었다. 세나 이즈미는 충분히 돈을 벌 능력이 있다. 아니, 이미 가진 자산만으로도 평생을 먹고 살라면 먹고 살 수 있다. 뭐가 그리 문제인가. 피곤한 표정으로 책을 읽던 세나는 휴대폰의 진동소리에 인상을 찡그렸다. 시선은 시계에 고정되어 있었다. 새벽 3시. 미쳤나. 어떤 놈이야. 세나는 오만 죽상을 지으며 몸을 일으켰다. 스페어가 어느 정도 정착 한 건지 움직이는 데는 지장이 없었다.


"Алло.(여보세요)"


세나는 식탁 위에 놓았던 휴대폰을 낚아채듯이 잡아 통화를 가볍게 터치하였다. 새벽 3시. 무례함이 하늘을 지르는 사람은 몇 안 된다. 그 중 하나가.


-셋짱, 또 러시아어.


사쿠마 리츠다. 세나는 그럴 줄 알았다는 듯이 고개를 살짝 숙였다. 무슨 일이야, 쿠마군. 이 새벽에. 내가 깨어 있을 거라고 생각한 거? 세나는 입을 삐죽이며 도도도도 쏘아붙였다. 그런 세나의 목소리에도 리츠는 여상한 태도였다.


-안 잘 줄 알고 있거든~

"..."

-이러고 다음 말은,

"잘거야."

-잘거야.


역시. 셋짱, 내 예상을 빗나가지 않아. 리츠의 유들유들한 목소리에 세나는 이를 보이며 아랫입술을 씹었다. 능구렁이같다. 오래 산 늙은이인건 아는데(물론 자신도 그 말을 들으면 부정은 못하지만), 꼭 자신의 머리 꼭대기에 있는 것 같아서 종종 짜증난다.


"용건이 뭐야?"

-그냥.

"뭐?"

-그냥 안 잘 거 알아서 전화해 봤어.


... 시시하다고 해야 할 지, 시간이 넘쳐 흐르냐고 해야 할 지. 세나는 킥킥 웃는 리츠의 웃음소리를 들으며 입을 닫았다. 그리고는 빠르게 휴대폰을 꺼버렸다. 배터리도 분리해버렸다.


"сукин сын.(개새끼)"


자신을 가지고 노는 것 같은 기분에 세나는 짜증나는 표정으로 휴대폰을 식탁 위에 던져두고는 인상을 찡그리며 소파로 가 털퍽 주저앉았다. 약간 탄탄한 소파는 세나를 가볍게 맞아주며 평안함을 느끼게 해 주었다.

이럴 때 왕님이 있으면 편한데. 지금쯤 어딜 싸돌아다니고 있으려나. 또 어디 납치라도 된 건 아닐까. 언제였더라. 카사군이 리더의 몸 어딘가에다가 GPS를 장착해야 하는건 아니냐며 발을 구른 적이 있었다. 그 때 동의했었어야 했었다. 근데 생각해보니 동의를 해도 별반 소용이 없다. 심심하면 사라졌다 나타나니 어느 날 버뮤다에 있으면 어쩔 것인가. 분명 두 달 전에는 알래스카였다. 동에 번쩍 서에 번쩍이다.


"하..."


기분이 별로다. 세나는 시선을 들어 시계를 다시 보았다. 새벽. 새벽이다. 차라리 어디 바에 가서 술이나 들이킬까 싶었다. 세나의 집은 걸어서 조금만 나오면 바로 번화가이다. 가볍게 들이키면 괜찮을 것이다. 주량도 어느 정도 되는 편이니까. 러시아에서 제일 먼저 배운 게 술이다. 쇠뿔도 단김에 빼랬다고, 세나는 옷을 갈아입고 운동화를 신었다. 자주 가는 건 아니지만, 맛이 괜찮기로 입소문을 탔다고 하는 칵테일 바가 있기에.

번화가로 나왔다. 번쩍이는 전광판, 밤을 위해 살아가는 사람들. 이리저리 흔들리며 움직이는 것이 나방같았다. 세나는 사람들 사이에 섞여 길을 걸었다. 


"어서오세요."


세나는 스툴에 앉자마자 웃으면서 남자 바텐더를 보며 말했다.


"Водка(보드카)."


남들은 마티니를 먼저 시킨다지만 난 러시아 태생답게 보드카를 시킨다-! 세나는 보드카 한잔을 받아 가볍게 털어넣었다. 속이 따뜻해지는 기분이었다. 요즘 날씨 너무 추워졌다. 10월 초의 날씨가 이렇게 추워도 되나 싶을 정도다. 세나는 만취하고 싶은 생각은 없는 것인지 가볍게 데킬라 선라이즈를 시키고는 오른손으로 턱을 괸 채 바텐더의 뒤로 늘어놓은 리큐르들을 보았다.


"데킬라 선라이즈 입니다."

"감사합니다."

"그리고, 이것도."

"?"


주황색의 오렌지 향이 나는 데킬라 선라이즈 옆으로 크랜베리색의 투명한 칵테일 잔 하나가 더 도착했다. 고개를 갸웃하며 바텐더를 보았다.


"선물입니다."

"... 작업이겠죠."


많이 받아본 기분이네. 누가 보냈나요? 데킬라를 마시며 묻자 바텐더는 고개를 저었다. 묻지 말라는 소리인가. 세나는 알겠다며 데킬라를 비우고는 떨떠름한 표정으로 선물이랍시고 전달받은 칵테일잔을 보았다.


"안 마셔도 되는건가요?"

"글쎄요."

"..."


잔을 만지작거리던 세나는 칵테일잔을 들어 그대로 원샷을 해 버렸다. 달콤새콤한 과일향에 기분이 좋아졌다. 세나는 입꼬리를 살짝 올려 웃었다. 그리고는 빈 잔을 바텐더에게 주며 말했다.


"보드카."


이게 술이냐. 음료지. 세나는 한숨을 쉬면서 투명한 보드카를 연거푸 마셨다. 따뜻한 온기가 가득이 들어찰 때까지 마셨다. 세나는 빈 보드카잔을 양 손에 조심히 쥐고는 고개를 숙여 내려다 보았다.

눈물이- 후두둑 빈 잔에 떨어졌다. 세나는 입꼬리를 올려 웃고 있었다. 무서울 정도로 애처롭지만 무서울 정도로 사랑스러운 얼굴이었다. 바텐더는 빨려들어갈 것 처럼 손을 멈추고 세나를 바라보았다. 따뜻하다. 40도의 보드카를 몇 번 마셨으니 당연히 따뜻할 것이다. 세나의 물 색 눈이 가득이 젖어들었다. 먹지에 물이 빨려들어가는 듯이. 

왜 우는지 모르겠다. 아마도 화가 나서일 것이다. 자신의 몸이 교체되고 나서 리츠와의 지지부진한 관계도. 교체후유증도. 스스로도.

쓸모없이 섬세해서는. 세나는 자조하며 눈물을 갈무리했다. 그리곤 고개를 들었다. 옆에 누군가가 있는 기분에 고개를 돌렸다.


"..."

"..."

"..."

"..."


혀 끝이 간질간질했다. 왜 네가 여기에 있는 거냐고 묻고 싶었다.


"왜 여기에 있는걸까."

"..."

"그게 궁금해, 셋짱?"


머릿속을 훤히 들여다 보는 것처럼. 기분 나빠. 세나는 인상을 찡그렸다. 리츠는 그런 세나의 표정을 읽으며 코끝을 찡그려 웃었다. 금방이라고 깨질 것 같은 가면을 쓰고 시선을 마주하는 것이. 사랑스러워 견딜 수 없다는 듯한 표정으로 리츠는 웃었다.


"셋짱."


선물이야. 리츠가 내민 칵테일잔은 아까 자신이 작업으로 받았던 것과 똑같아 보였다. 세나는 물빛 눈을 깜빡이며 리츠의 손을 보았다. 길고 얇다. 저 손가락으로 그랜드피아노의 건반 위를 누빌 때 심장이 두근거리지 않았던 적이 없다. 물끄럼 바라보다 조심스럽게 손을 뻗어 잔을 잡았다. 손가락과 손가락을 스치는 온기가-

달큰살큰하게 심장을 뭉그러뜨린다.


"이름이 뭐야?"

"어?"

"칵테일 이름."

"아아. 카시스프라페~"


맛있지 않았어, 셋짱? 리츠의 말에 세나는 고개를 끄덕이면서 칵테일잔을 입에 가져다 대었다. 리츠의 웃음이 아주 조금씩 진해지는 것이 시선을 타고 신경을 빳빳하게 마비시키는 느낌이었다. 도수도 낮다. 가볍게 즐기기 좋은 음료다.


"맛있지?"


리츠의 물음에 세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주스 먹는 기분인걸.


"카시스프라페는, 상대에게 작업 걸려고 주는 칵테일로 유명해."

"아... 아?"

"나 지금 셋짱한테 작업거는거고."


셋짱이 잘 안취한다는 걸 너무 늦게 알았지만. 머쓱한 표정으로 어깨를 으쓱이며 웃는 리츠를 보던 세나는 한쪽 볼에 공기를 빵빵하게 불어넣었다.


"술도 못마시는게..."

"하핫."


사쿠마 리츠는 술 한잔이면 넋을 빼기로 나이츠 내에서 자자하다. 그건 좀 봐줘- 혀를 내밀며 웃는 리츠를 보며 세나는 빈 잔을 리츠에게 내밀었다.


"..."

"-"

"보드카."

"푸핫-!"


아하하하- 셋짱 무드브레이커- 리츠는 너털웃음을 터뜨리며 세나가 건네는 빈 잔을 받았다. 세나의 온기가 리츠의 손 끝에 가볍게 머물렀다 사라졌다.



-


졸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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