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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즈레오) 본문

Enst/外

이즈레오)

0117 2017. 2. 24. 00:16

앙상블 스타즈 이즈레오 전력 60분

주제: 명왕성




세나 이즈미는 11월 2일 생이다. 하데스의 빛에 안겨 태어난 전갈자리 세나의 수호성은 명왕성이다. 이제는 없는, 별- 아니, 왜소행성(Dwarf Planet).

츠키나가는 말 없이 고개를 들었다. 엎드린 채 작곡을 하고 있던지라 고개를 들면 마치 스트레칭을 하는 것 같은 자세가 된다.


"세나!"

"왜."

"세나는 그럼 이제 수호성이 없는 거야?"

"..."


그걸 왜 물어. 세나는 인상을 찡그렸다. 별걸 다 묻네. 피곤한 표정으로 츠키나가를 바라보던 세나는 책을 덮고 고개를 끄덕였다. 2006년에 그렇게 되었으니까. 내 수호성은 없다고 봐야지.


"..."

"... 짜증나- 라고 하고 싶은데. 어찌 되었던 그건 미신이니까."


수호성이 있냐는 둥 뭐냐는 둥. 난 너무 오래 살아서 수호성이 날 보고 그만 수호하고 싶다고 그럴지도 모른다? 세나는 츠키나가의 동그란 정수리를 보며 말했다. 둥글둥글하다. 뒤통수도. 언제였더라. 40년도 더 전의 이야기다. 하두 멍청한 소리를 하길래 자신이 섬기는 왕임을 망각하고 정신차리라 뒤통수를 한번 때린 적이 있다. 동글동글한 뒤통수가 손에 착 감겼었다. 그 이후 때리지 않았다. 울먹이면서 진짜 아프다고 소리를 빼앵 지르고는 두달을 사라져 있었으니까. 미친듯이 찾아 해멘 것 같은데, 그 때.

츠키나가는 고개를 갸웃하면서도 손을 계속 움직이며 입을 열었다.


"근데 세나는 명왕성이 왜 별이 되지 못한건지 알아?"

"... 무언가를 끌어당길 중력이 부족해서."


나처럼. 세나는 자조하듯이 웃었다.

부족해서. 그래. 자신은 꽤 부족하다. 부족한 지식으로 꾸역꾸역 살아남다 결국에는 죽었다. 반푼이 같은 대접 속에서도 잘 산 것 같은데. 꽤 엄청난 멸시와 함께 말이지. 가족에게 사랑받았지만, 집 밖을 벗어나면 드러나는 칼날에 세나는 더 강해져야했다. 죽지 않으려면. 세나는 시선을 내려 책의 제목을 읽었다. 햄릿. 무슨 바람이 들렸는지, 아침부터 갑자기 셰익스피어의 비극들을 서재에서 모조리 꺼내와 읽었다. 맥베스, 오셀로, 리어왕- 그리고 햄릿.


실은 모든 줄거리를 다 알고 있다. 어떻게 그들의 이야기가 비극이 되었는지. 자신의 이야기도 비극으로 끝나지 않았던가. 자신의 죽음은 외로움이었다. 행성에서 내쳐진 명왕성처럼. 자신은 쓸쓸하게 생애를 마감하였다.

다만 그들과 자신의 이야기가 다른 것은 그들은 결국 명왕성(하데스)의 품으로 돌아갔지만, 자신은 명왕성에 발이 닿기도 전에 금성으로 납치되어버렸던지라.


"세나?"


시선 안으로 따뜻한 색의 손이 보였다. 흔들흔들- 무슨 생각을 그렇게 해? 언제 자신의 무릎 위에 동실동실 떠다니는건지(옛날에 세나 무릎 위에 앉았다, 세나가 무겁다고 한마디 해서 그런거다). 세나는 팔을 뻗어 츠키나가를 품에 안았다. 금새 무릎 위가 무거워졌다. 아랑곳 하지 않았다. 따뜻한 체온이 느껴졌다.


"세나는 몸이 늘 차구나."

"겨울에 태어나서 그래."

"그런가. 나는 봄에 태어나서 따뜻한 거고?"

"그럴지도."


말도 안되는 소리를 하며 츠키나가를 끌어안은 팔에 힘을 주었다. 츠키나가는 그런 세나에게 답하듯이 몸에 힘을 빼고 품에 안겨있었다. 꽤 괜찮은, 움직이는 다키마쿠라.


"나도 언젠가 명왕성처럼 별이 되지 못하는 건 아닐까?"

"... 무슨 헛소리야."


넌 마법사들의 왕이잖아. 세나의 말에 푸흐흐 등을 울리며 웃은 츠키나가는 세나의 어깨에 머리를 부비적대며 중얼거렸다. 약간, 왕 답지 않은 목소리였다. 길게 늘어지는 그림자 같은 목소리가 어깨를 메웠다.


"양위하면 나도 죽어."

"..."

"나는 언제 태어났는지도 모르지만, 언제 죽을지는 내가 선택할 수 있어."

"..."

"마법사들의 왕은, 하나고- 둘이 되지 못하기에 하나는 죽어야 하는 거야."

"- 계속 하면 되지 않을까."


부족한 명왕성을 왜소행성에서 행성으로 바꿔주기 위해 노력하는 누군가들처럼, 너도 부족한 나를 완벽하게 만들어줘야하지 않을까. 팔을 들어 왕의 등을 쓰다듬어주었다. 처음 만났을 때 처럼 굉장히 어린 얼굴과 몸. 변하지 않았다.


'이 몸상태가, 내가 활동하는데 최적의 상태야.'


너도, 네 최적의 몸 상태가 있을 거야.

세나는 눈을 감았다. 서로가 서로를 의지하는 듯이, 한참 안고 있었다. 등이 따뜻했다. 뒤로 커텐도 치지 않은 창문에서 햇볕이 들고 있기 때문이다.


"언젠가 이 모든 것이 질리게 될 거야."

"질리지 않게 해 줄께."

"세나는 요즘 귀찮다고 맨날 책만 읽잖아."

"다시 밖으로 나가게 될 거야."


준비중인거야. 부족한 나를, 네가 채워주는 중이니까. 충전이 되면 나갈 수 있어. 중력을 충전하는 거야. 명왕성은 비록, 중력을 충전하지 못하지만, 내겐 왕님이 있으니까. 금성에 주저앉아, 호흡이 곤란해 죽어버릴 정도의 이산화탄소에 파묻혀있어.


"언젠가 왕님이 죽게 되면 나도 같이 죽으니까 별로 상관은 없지만. 난 하고 싶은게 많으니까 오래 살아줘."

"와하하하! 하긴, 그렇게 되네."


츠키나가는 소리내어 크게 웃었다. 고개를 끄덕이며 흰 발의 발가락을 꼼지락거렸다. 눈을 깜빡였다. 스치듯이 지나가는 예언을 무시하였다. 손가락 끝이 잘게 떨렸다. 세나는 츠키나가의 머리를 쓰다듬어주었다. 머리끈을 어디다가 던져둔건지 손 마디마디를 스치는 머리카락이 부들부들하다.


"오래- 되는 한 오래오래, 세나와 재밌게 살면 좋을텐데."

"텐데, 는 뭐야. 짜증나게."


재밌게 살자, 로 정정해주겠어? 금방이라도 헤어질 것 처럼 굴고 있어. 세나는 손목의 시계를 보았다. 


"벌써 시간이 이렇게 되었네. 배고프지 않아? 점심 뭐 먹고싶어?"

"스파게티 파이!"


리코타 치즈 듬뿍 얹어서! 저번에 만들어준 음식이 맛있었나보다. 츠키나가는 세나의 귀가 얼얼하게끔 큰소리를 내며 손을 번쩍 들었다. 몸의 균형을 잃고 나가떨어지지 않도록, 세나가 허리를 그러쥐듯 안았다.


"다 먹을 수 있어!"

"거짓말 하지 마. 한 조각만에 나가떨어진거 다 알거든?"

"그땐 배가 안 고파서야! 지금은 배가 고파!"


인스피레이션을 위해, 섭식을 요청한다-! 츠키나가는 생글생글 웃었다. 세나가 몸을 일으키자 같이 딸려오듯 일으켜진 왕을 조심스럽게 바닥에 눕혀주며 오른쪽 눈 위에 가볍게 키스해 주었다.


"조금만 기다려."

"하하-"


츠키나가를 눕힌 채 부엌으로 하는 세나의 뒷모습을 보다 츠키나가는 얼굴에서 표정을 지워버렸다. 무기질의 눈이 도르륵 굴러다닌다. 눈에는 아무것도 담겨있지 않았다. 심지어 세나 이즈미도.

우린 곧 이별하게 될 거야. 아주 오랫동안.


되는 한 오래오래, 세나와 재밌게 살면 좋을텐데-


명왕성처럼- 우리는 또 내쳐지는 거야. 중력 없이 서로를 잡을 수 없어 차라리 명왕성의 품에 안기고 싶을 정도로, 우리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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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 전갈자리, 명왕성

5/5 사자자리, 금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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