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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al Zero

리츠마오) 어나더 스테이지 배포본(Mao Part)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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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츠마오) 어나더 스테이지 배포본(Mao Part)

0117 2017. 6. 25. 21:58

아아-”


목소리를 내어 보았다. 잘 나오지 않는 목소리를 애써 쥐어짜듯이. 그리고는 입을 다물었다. 자신의 귀에 너무 거슬리는 목소리였다. 차라리 누군가의 목소리를 뺏어오고 싶을 정도로.

탁해진 눈을 눈꺼풀로 가리듯이 눈을 감았다. 그리고는 벽에 머리를 기대어 입술만 벙끗이길 반복하였다. 숨을 멈추어 보았다. 쿵쿵거리는 심장의 소리가 빨라질 때까지.

아 너무- 잠이 들어버리고 싶었다. 잠이 오지 않았다. 지금이라도 병원에 달려가 수면제를 처방받고 싶을 정도로 끔찍한 불면증인 것 같다. 청하는 잠은 응답도 없었다. 치사하기 짝이 없다. 응답하라. 메이데이, 메이데이, 메이데이.


, 술을 마시자-”


몸을 비척비척 일으켰다. 현기증에 침대로 다시 고꾸라졌지만, 몸을 일으키는 것에 성공하였다. 조심히 문을 열고 나오면,


추워…….”


차가운 한기가 자신을 맞아주었다. 겨울이 춥다. 난방을 단 하나도 틀지 않아서 더더욱이.

찰박이며 바닥과 발바닥이 맞닿아 소리를 낸다. 냉장고 문을 열어 보았다.


…….”


씨발. 진짜 술밖에 없구나. 욕을 하면서 손을 뻗어 맥주 한 캔을 꺼내었다. 찰칵- 치이익- 거품이 오르는 소리. 입을 대어 씁쓰레한 유혹에 넘어갔다.


후우- 맛있네.”


산 지 조금 되긴 했지만, 괜찮았다. 찬 바닥에 주저앉아서 꿀꺽꿀꺽 맥주를 목으로 넘겼다. 평상시면 추워서 난방이라도 틀었겠지. 지금은 난방을 틀 힘도, 의욕도, 아무것도 없었다.

그냥 얼어 죽어버릴래-

라는 생각뿐이었다.

한 캔- 몇 미리라고 벌써 비우지. 냉장고 앞에 쓰러지듯이 누웠다. 손에 들려있던 빈 맥주 캔이 데구르르 굴러가버렸다.


…….”


이게 뭐야.

눈을 깜빡- 그리고 눈을 감았다.


잠이 드는 것이 좋겠어.’


속삭이는 목소리가 다정하다. 그리고 이것이 자신이 숱하게 경험했던 과거이며, 이 소리는 환청임을 인정하였다.


얼른 자러 들어가자.’


싫어. 자고 싶지만, 너와 함께 가지는 않을 거야. 바닥에 머리를 박은 채 도리도리 고개를 저었다.


가버려.”


사라져버려. 나의 기억에도. 나의 모든 것에도.

아냐, 가지 마. 내가 잘못했어. 이기적인 내가 잘못했어. 나만 생각했던 내가 나빴어. 부탁이야.


가지마.”


팔을 뻗었다. 냉장고 문에 손이 닿을 듯 닿지 않았다. 몸을 일으켰다. 끙차- 다리가 후들후들 떨렸다. 이내 힘이 없어 무너지는 몸을 냉장고에 기대었다.

손을 뻗어 맥주 한 캔을 더 손에 쥐었다. 그리고는 냉장고 문을 닫고 주저앉았다. 이내 다시 누워버렸다.

누가 보면 미친 줄 알지 않을까. 뭐하는 짓거리야. 오른손에 들린 묵직한 차가움. 발끝이 시렸다. 감각이 쿡쿡 찌르는 것 같지만 애써 무시하였다.

맥주 캔을 바닥에 세운 채 손을 움직여 맥주를 땄다. 또 하나. 그리고 멍하니 누워서 맥주 캔의 로고를 보았다. 자주 마시는 맥주였다. 퇴근하면 샤워하고 한 캔. 정말 최고다.

물론 지금은 아니지만.

요 며칠 자신은 최악 중의 최악을 찍고 있지 않던가. 아무렇지 않을 자신이 없었다. 괜찮냐고 묻는 주변의 말에 괜찮다고, 걱정하지 말라고 대답해주는 것도 지쳤다.

이 모든 것이 지쳐버린 것 같았다.

몸을 일으켰다. 느릿느릿. 그리고 맥주 캔에 입을 대고 마셨다. 잊어버리고 싶었다. 조금 더 센 걸 마실까. 이내 생각을 그만두었다. 여기까지만 마시자.


맛있어-”


내가 술에 조금 더 빨리 취하거나 하는 체질이면 좋았을 텐데. 술에 잘 취하지는 않는다.


하여간, 말술.’


지는. 넌 한잔만 들어가도 고꾸라지는 주제에. 그러면서도 술이 마시고 싶다면서 내 볼을 쿡쿡 찔렀지.


하하.”


연거푸 목울대를 울리며 맥주를 넘겼다. 반쯤 비우고는 내려놓았다. 더 이상 마실 기분이 아니었다. 맛은 있지만, 몸이 거부하고 있었다. 그만 좀 마셔라.

울적해졌다. 몸도, 마음도 다 자신을 배신한 것 같은 기분에 입을 삐죽이며 바닥에 몸을 뉘였다.


이대로 자면 입 돌아갈걸~’

괜찮아.”


입 돌아가지 뭐. 허공에 떠다니는 환청에 여상하게 대꾸하며 눈을 감았다 뜨기를 반복한다.


…….”


시야에 꽃이 들어온다. 멋대로 사버린 꽃이다. 화분증으로 그렇게 고생을 하는데도 퇴근길에 강풍을 피하고 싶은 마음에 따뜻한 꽃집에 멍청히 들어가고는 꽃을 다발로 샀다.


줄 사람 없어.”


정확하게는- 이제 없어.

핑크빛이 은은하게 도는 크림색의 작약이 추위에 오들오들 떨고 있었다. 계절에 어울리지도 않는 꽃이었다. 원래 작약은 5월에서 6월에 피는데. 요즘 세상 좋아졌다.

왜 샀을까. 이거 주세요. 포장해드릴까요? . 예쁘게 해주세요. 몇 마디 나눴다고 품에 들린 꽃다발이었다.

한겨울에 작약. 어울리지 않아. 집에 와서는 꽃다발을 던져두었다.


내일은 괜찮을 거야.”


스스로에게 최면을 걸어보았다. 그리고 또 다른 자신이 말했다. 거짓말 치지 마. 너는 괜찮지 않을 거야.

저주하는 것 같았다.


자고 싶은데-”


잠이 오지 않아. 또 다른 자신이 비웃으며 말했다. 꼴좋다.

잠이 들지 않는 밤이 계속 되고 있었다. 고통스러운 밤이 익숙해질 때까지 차가운 바닥에 누워 눈을 깜빡이고 양을 세는 것을 연신 반복하고.

고역이 따로 없다. 정말 꼴좋네.

스스로를 비웃으며 눈을 감았다. 의식을 잃듯이 나락으로 굴러 떨어지면 잘 자라는 듯이 쓰다듬는 환상의 따스한 손길에 위안 받는다.


잘 자, -.’


이제 일주일째인데.

나는 너를 잊을 수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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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0625 어나더 스테이지 배포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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