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al Zero
샘플) “안녕.” 이것이 나의 첫 기억이다. 머리에 총이라도 맞은 듯 한 아주 신선한 만남이라고 하기에는 어렵다. 사쿠마 리츠는 말없이 자신의 머리 위에 투명우산을 씌워주는 남자를 바라보았다. “감기 걸려.” 다정하게 말하는 목소리의 끝에는 아주 작은, 염려가 섞여있었다. 리츠는 남자의 입술을 바라보았다. 약간 도톰한 그 입술 사이로 흰 이가 보일 듯 말 듯 하다.리츠는 남자에게서 시선을 거두어 우산을 바라보았다. 투명한 우산에는 붉은 별, 그리고 푸른 별이 알알이 박혀 있었다. 눈이 아프지는 않지만, 왠지 시간이 있다면 그 우산 밑에 앉아서 하나하나 별을 세는 것은 나쁘지 않을 것 같은 기분이었다.투툭이는 소리를 잔뜩 내며 들이 부어대는 비가. 시끄러울 정도로 거슬리지만. 이상하지.리츠는 이 남자가 거..
(BGM과 함께 해주세요.) 얼마나 오래 지났는지, 다 식어서 머그마저 차가워진 커피를 바라보았다. 아- 다시 타야 하는 건가. 한숨이 절로 나왔다. 리츠는 의자에 앉은 채 고개를 뒤로 젖혔다. 천장을 바라보다 눈을 감았다.이렇게 무기력한 적이 있던가. 물론 있다. 없지는 않지. 본인이 살아온 생애가 몇이던가. 얼기설기 짠 관 속에서 잘 때도 무기력했고, 고급 관에서 잘 때도 무기력했었다. 숨 쉴 때마다 무기력함에 모든 걸 다 던져버린 적도 있다. 없을 수가 없지. 본인의 나이를 세는 것은 잊었다. 자신은 그저 ‘생일’만을 기억할 뿐.뭔가의, 사이클처럼 찾아온다. 무기력이라는 ‘친구’는. 씨발, 친구라니. 친구는 무슨. 어디의 애인, 어디의 연인, 어디의- “하-” 생각 하는 것을 그만두었다. 이 이상 ..
너는, 사랑으로 이루어져 있어. 나는 너를 바라보며 지금과는 너무나 어울리지 않는 감정에 머리가 어질어질해. 첫사랑을 겪는 소년처럼 심장이 터질것 같고, 목울대를 울리며 침을 꿀꺽꿀꺽 삼키고 있으며, 손 끝이 짜릿짜릿 저려오는 그 풋풋함에오늘도 나는 너를 보며 사랑한다고 수천번을 고백해.속으로. 미케지마 마다라의 답도 없는 고백의 행진곡은 붉어지는 볕에 말갛게 웃는, 그 흰 이에 씹히고 삼켜진다. 고백의 행진곡을 작곡해준 천재 왕은 손을 뻗어 허공을 휘젓고 헤집는다. 피아노 의자에 앉아 그의 몸짓을 감상하는 이 순간순간이 얼마나 감사하고 행복한지.너는 모르겠지.너는 모르겠지.너만 없었어도, 레오는- 왕은- 원망이 금새 턱 끝까지 차오른다. 모든 것을 빼앗아갔지. 네가 있는 자리는 원래 레오의 것이었어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