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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al Zero
앙상블 스타즈 리츠이즈 전력 60분(대지각쇼)주제: 온기 원래, 처음의 세나 이즈미는 누구일까. 세나는 거울을 보며 중얼거렸다. 어디 지나가는 여자에도, 심지어 매스컴에서 나올법한 여자들에게도 꿇리지 않을 정도로 예쁜 얼굴. 한세기가 지나도 그건 세나 이즈미의 자랑이다. 마마와 파파는 자신을 '사랑스러운 이즈미'라고 불렀다. 까마득한 이야기다. 지금은 기억도 나지 않는 부모의 얼굴이지만, 그 말은 똑똑히 기억하고 있다. 용하기도 하지. '세나는 예쁜 얼굴이 매력적이지. 제일 먼저 보이잖아.' 츠키나가는 세나의 뺨을 몇 번이고 쓰다듬으며 중얼거리고는 했다. 솔직히 지나가다가도 명함도 받았고, 제의도 있었고, 별 소리가 다 나왔는데 세나의- '돈 잘 벌어요.' 라는 이유로 모두 기각되었다. 세나 이즈미는 충..
"가든웨딩이 좋아." 지나가는 말처럼 텐쇼인은 츠키나가를 보며 말했다. 금방이라고 눈꼬리를 타고 최상급의 갓 짜낸 꿀이 뚝뚝 떨어질 것 같은 눈으로 츠키나가를 보는 시선에 츠키나가는 인상을 왕창 구기며 작곡에 집중하였다.넓은 대리석 바닥을 어지럽히듯 이리저리 굴러다니는 악보들의 뛰놀음에도 텐쇼인은 아랑곳 않고 잘 우려낸 감색의 홍차향을 만끽하며 츠키나가를 보았다. 초콜릿 향의 가향차. 로얄코펜하겐 사의 초콜릿베리는 텐쇼인의 마음에 썩 들었다. "츠키나가군.""아아아아아- 말 걸지마. 인스피레이션이 사라지려고 한다고!" 황제랑 대화할 땐 머릿속의 모든 것이 지워지는 기분이야! 세상의 보물들을 유실시킬 순 없어! 조용히 있어줘! 츠키나가는 무아에 이르른 표정으로 악보를 바라보며 손을 놀렸다. 펜이 쉼 없이 ..
앙상블 스타즈 리츠이즈 전력 60분주제: 선물 살다보면, 개같은 순간이 온다. 세나 이즈미는 그런 순간이 바로 오늘이라고 믿어 의심치 않는다. 혀 끝에 맴도는 욕을 느리게 갈무리하며 인상을 찡그린 세나는 양 손을 깍지끼고 흔들의자에 앉았다. 좋아서 마련한 의자가 안락하니 세나를 맞아주었다.일이 풀리지 않아. 하나도. 이렇게까지 자신이 멍청할 줄은 생각도 못했지. 한숨을 토해내며 눈을 천천히 떴다. 한번 커다랗게 굴려보았다. 약간 물기를 머금은 눈이 조심조심 위에서부터 아래로, 다시 아래서부터 위로 굴렀다. "..." 러시아의 겨울은 혹독하다. 한세기 정도 살면서 세나 이즈미의 러시아에 대한 기억은 잔혹하고, 혹독해서 도저히 잊을 수 없는 것 뿐이다. 마법사로서의 인생, 인간을 포기한 생은 종종 러시아의 ..
"정보가... 계속 새어나가네." 씁쓸하게 웃는 츠키나가의 목소리엔 약간의 화, 그리고 왜인지 모르겠다는 의문이 조금씩 들어있었다. 리츠는 인상을 찡그렸다. 유독 자신의 정보만 줄줄 새고 있었다. 그럴 이유가 없는데. 세나는 인상을 잔뜩 구겼다. 리츠의 정보는 대부분 세나의 정보와 연계되어 특유의 알고리듬을 형성한다. 그런데 리츠의 정보가 새니 세나의 정보도 같이 무너질 수밖에 없다. "뭐가 문제인지 모르겠어?""...""아주 사소한 것도 좋아. 그런데 지금 이렇게 빠지는 양을 보면 사소한 게 아니야." 세나는 다리를 꼰 채 발 끝을 까딱까딱 움직였다. 리츠가 원망스럽기도 하지만 이건 리츠 혼자의 문제가 아니다. 나루카미는 노트북을 쉼 없이 두들기며 한숨을 쉬었다. "리츠짱.""응?""리츠짱은 우리에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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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은, 양호실을 좋아하지 않아.그 소독약 냄새. 역하고 비위가 약해서인걸까. 스쳐지나가는 것 만으로도 인상을 찡그리게 되는 것 같아.그런데 넌 종종 거기에 누워 잔다던지, 치료를 받는다던지. 그 안에 들어가는 것이 싫어. 네가 밖으로 나왔으면 좋겠어. 그리고 언제 그랬냐는 듯이 멋쩍게 웃는 게 좋아.그래서 나는, 네가 아프지 않았으면 좋겠어. 다치지 않았으면 좋겠어.심장이 두근두근. 그리고 어느 순간 빠르게 뛰면, 그땐 네가 양호실로 걸어갈 때일 거야.어디 가냐고 조심스럽게 물으면 진통제, 혹은 대일밴드, 아니면 졸려서 좀 자려고. 이런 말들 속에 어느새 도착 하면, 내 다리는 멈춰버려. 그 안으로 들어가는 것이 무서워. 두려워. 딱 한번 들어갔던 적이 있어. 네가 쓰러진 날. 아주 조심스럽게 들어가면 ..
“으아아아!!!!! 시노부!!! 좌회전이야아아아악!!!!!” 타카미네는 부들부들 떨며 입을 꾹 다물고 안전벨트를 쥐었고, 나구모는 비명을 지르며 인간 네비게이션 역할을 했다. 하여간 엑셀만 제대로 밟았다 하면 미친 듯이 질주하는 본능, 어쩌지를 못해애애애!!!! “천천히 밟아!” 작년에도 그랬었다. 그땐 출근이 아니라 퇴근이었다. 집으로 가는 길에 모리사와가 최대한 빨리 복귀해야한다는 말에 바로 다른 길로 빠져 170km/h까지 밟았었다. 인간이 내는 속도가 아니라며 울상이던 타카미네와 처음으로 차멀미를 겪은 테토라는 복귀와 동시에 리더인 모리사와에게 폭풍같은 원망을 토로한 적이 있다. 모리사와도 어쩔 수 없었다며 사정을 설명했고, 이해했지만(그게 더 슬프다.) 그래도 이왕이면 퇴근 전에 해주면 좋잖아!..
간만에 밖으로 나서는 것이다.츠키나가 레오에게 밖은, 그저 불필요한 곳일 뿐이겠지. 언제부터 이렇게 되었는지, 잘 기억이 나지 않는다. 츠키나가는 창문 밖으로 펼쳐진 광경을 무표정한 얼굴로 바라보며 양쪽 귀에 이어폰을 꽂고 있었다.누군가가 하는 말이 들리지 않을 정도로 커다란 사운드. 고막에 약간 문제가 있을것 같다는 생각이 틀 정도의 사운드에 바로 옆에 앉은 남자는 인상을 찡그렸다. 불청객임을 스스로도 알고 있지만, 이렇게까지 퉁명스러운 태도는 간만이었다.츠키나가 레오가 유메노사키 학원에서 정학을 처분받은 일주일 뒤, 한번 갔었던 적이 있었다. 그때 얼마나 박대했었냐면, 양동이에 물을 한바가지 퍼오더니 그대로 끼얹었다. 차가운 물을 흠뻑 맞고 들은 말은 '꺼져!'였다.물론, 볼일을 본 다음날 바로 입원..